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아이의 지능·신장·건강 위험 등을 미리 예측해 ‘유리한 배아’를 선택하려는 시도가 퍼지면서 윤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아이의 미래를 유전적 선택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고 법적 규제가 따라가지 못해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일부 IVF(시험관 시술) 부부들은 배아의 DNA 원본 데이터를 받아 이를 미국 업체에 보내 분석을 의뢰하고 있다.
업체는 20여 개 질환 위험뿐 아니라 IQ·키·심장병·치매 가능성 등까지 점수를 매겨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제공한다. 또 업체는 “5개의 배아 중 평균 6 IQ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성별·키 예측과 심장병, 암, 알츠하이머, 정신질환 위험 점수까지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분석 비용은 5만 달러(약 7334만원)에 이르지만, 일부 부모는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쓰게 된다”며 “이 검사는 사립학교 연간 학비보다 싸다”고 이용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여러 개 배아 중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진 선택지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은 영국 내에서는 불법이며 예측 정확도 자체도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현재 영국 법령은 배아 검사 대상 질병을 헌팅턴병, 겸상적혈구병, 낭성섬유증 등 중대 질환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청(HFEA)은 “해당 결과를 IVF 배아 선택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더 큰 위험성을 지적한다. 부유층만 원하는 특성을 갖춘 아이를 선택하는 유전적 격차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고, 선택받아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의 기대를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디프대 임상유전학자 앵거스 클라크 교수는 이를 “감정적으로 취약한 부모에게 검증되지 않은 과학을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하며 “부모는 ‘최상의 아이’를 기대하겠지만, 그 기대가 아이에게 짐이 되고 결국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논쟁은 규제를 마련해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전적 우월주의를 조장할 위험이 있어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윤리·과학적 합의가 뒤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상업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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