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1. photocdj@newsis.com |
[서울·세종=뉴시스] 강지은 홍세희 임소현 정유선 박광온 권신혁 기자 = 지난주부터 시작된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번 주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2·3 비상계엄 가담 공무원 조사와 일부 부처의 장·차관 면직 및 사퇴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사상 첫 생중계 속에서 대통령의 '송곳 질문'에 대비해 어느 때보다 업무보고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나머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19부·5처·18청·7위원회를 포함한 228개 공공기관이 대상이며, 각 부처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 등 실무자도 참석한다. 통상 업무보고는 연초에 이뤄지지만, 새 정부 업무보고는 이례적으로 연말에 잡혔다.
일단 '선발대'로 업무보고를 마친 부처들 사이에서는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보고였던 데다 어떤 식으로 보고가 진행되는지 다른 부처의 형식도 참고할 수 없어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한 실장급 공무원은 "그간의 업무보고는 진행 순서 등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없었다"며 "딱 '장관 업무보고 이후 토론' 이것만 있었다. 그래서 무슨 질문을 누구에게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보고서를 꼼꼼히 살피고 질문할 내용을 체크한 뒤 장·차관뿐 아니라 외청, 산하 기관장, 실·국장들을 향해 날카롭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외교·안보 등 민감한 사안을 제외한 모든 업무보고 과정이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생중계로 진행되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업무보고가 녹화 방송되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 때 경제 부처에 한해 생중계된 적은 있지만, 모든 부처에 대한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 운영 방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세종=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희망찬 농업·농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나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2025.12.11. photocdj@newsis.com |
업무보고를 마친 부처 중에서도 '부당 권한 행사' 등으로 차관이 직권 면직돼 내부가 크게 술렁였던 농식품부는 장관이 안정적으로 보고에 임하며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농식품부의 한 과장은 "업무보고 때문에 다들 준비도 열심히 하고 긴장도 많이 했는데, 대통령께서 여러 정책에 힘을 실어주시고 걱정했던 포인트들에도 나름 답변과 보고가 잘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업무보고를 앞둔 부처들은 보고를 마친 다른 부처들의 생중계 영상을 참고하며 '열공 모드' 중이다.
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생중계를 보면서 긴장하고 있다"며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고, 장·차관뿐 아니라 실·국장도 답변할 수 있는 만큼 디테일한 수치나 통계 등과 관련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또다른 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도 "전 국민에게 다 공개되고, 대통령께서 질문하신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많다"며 "기본 통계나 주요 정책과 관련해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부처에서 대통령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은 모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보고서에) 쓰인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참 말이 기십니다.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왜 자꾸 옆으로 새나"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업무와 관련해 인력과 법률적 문제를 거론한 이명구 관세청장을 향해서는 "내가 이 얘기를 한 지가 몇 달이 됐는데" "인력이 없어 필요한 일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종=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1. photocdj@newsis.com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장관이 사퇴한 해양수산부는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을 최대한 수습하면서 업무보고 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업무보고는 일단 차관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갑작스런 장관 사퇴와 부산 이전이 맞물리면서 혼란스러운 시기이지만, 차관의 업무 스타일이 워낙 꼼꼼해 차관을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잘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질책과 함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 잡고, 일 잘하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의 압도적 다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기 일을 잘한다. 그래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다만 극히 소수가 연못에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것인데, 이는 정말 소수"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공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익명으로 텔레그램 문자라도 보내달라"며 "공직자 여러분들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내란 가담 공무원을 색출하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가동과 여권의 인사 청탁 논란, 장·차관 면직·사퇴 등으로 공직사회가 동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이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공직사회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건 맞지만, 이번 업무보고에서 대통령께서 공직에 힘을 실어주신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집권 2년차인 새해에는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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