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픈AI, 스페이스X, 앤트로픽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부유한 투자자들과 이 시장 접근이 아예 차단된 일반 투자자들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초기에 엄청난 성과를 내면서 가파르게 성장할 때 큰 이득을 챙기는 부유한 투자자들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은 이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뒤에야 결정되는 기업공개(IPO)로 인해 이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없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캐너배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02년 설립 이후 현재 기업가치가 8000억달러(약 1182조원)로 불어나 부자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평가이익을 안겨줬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UPI 연합 |
오픈AI, 스페이스X, 앤트로픽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비상장 기업들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부유한 투자자들과 이 시장 접근이 아예 차단된 일반 투자자들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초기에 엄청난 성과를 내면서 가파르게 성장할 때 큰 이득을 챙기는 부유한 투자자들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은 이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뒤에야 결정되는 기업공개(IPO)로 인해 이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없다.
투자 전설, 더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주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실제 과실은 대부분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일찌감치 상장돼 초기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전설이 회자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전설이 탄생할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거래소 등 이른바 공개시장(Public Market)의 비중이 축소되고, 비공개 시장(Private Market)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 시장은 이른바 ‘공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만 참여할 수 있는 시장으로 기준이 높다.
그들만의 리그 비공개 시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비공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은 ‘공인 투자자’에게만 있다.
공인 투자자가 되려면 거주지를 제외한 순자산이 100만달러(약 14억7700만원) 이상, 연소득이 개인은 20만달러(약 2억9500만원), 부부합산은 30만달러(약 4억430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위험한 비공개 주식 투자로 삶이 피폐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일반 투자자들은 제외하고, 대신 금융 안전망을 확보한 부유층만 이들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런 정책적 배려는 이제 일반 투자자들의 발을 묶는 족쇄가 됐고, 비공개 시장의 비중이 커지면서 부의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
미 상장 기업수, 1990년대 절반 수준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공개 시장의 비중이 작아지고 있고, 기업 수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식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미 상장 기업 수는 1990년대 후반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더 큰 문제는 스타트업의 초기 가파른 성장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설립 이후 상장에 이르는 기간이 급격히 늘었다. 2000년에는 평균적으로 설립 6년이 되면 기업들이 상장했지만 지금은 14년은 돼야 상장한다.
규제 피해 비공개 시장에서 자본 조달
상장을 미루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상장하게 되면 막대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지만 SEC 등의 엄격한 규제로 기업의 운신의 폭이 좁다. 반면 비공개 시장에는 이런 엄격한 규제가 없다.
과거에는 비공개 시장의 규모가 작아 대규모 자본 조달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다르다. 덩치가 커져 대규모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비공개 시장의 매력이 커지면서 부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이렇게 비공개 시장 덩치가 커지다 보니 상장 대신 비공개 시장에서 자본을 확보하려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오픈AI가 비공개 시장에서 400억달러를 유치하기도 할 정도로 비공개 시장 규모가 커졌다.
2002년 설립돼 창사 23년이 된 스페이스X는 내년 상장 가능성이 예상되지만 벌써 비공개 시장에서 덩치가 8000억달러로 불어났다.
비공개 시장은 일반 개미 투자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된 시장이다.
자본을 유치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일부 투자자들에게만 초청장을 보내 은밀히 여는 사교 파티에 가깝다.
일반 투자자들은 뒤늦게 상장된, 성장 속도가 느려진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비공개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부자들의 자산 증가 속도가 다른 소득 집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규제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폴 앳킨스 SEC 위원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앳킨스 위원장은 과거 인텔이나 애플이 상장한 뒤 일반 투자자들도 초기 성장 결실을 공유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미 경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앳킨스는 더 많은 기업을 공개 시장으로 유도하는 한편 개인 투자자들이 비공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은퇴 연금이 비공개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공인 투자자 기준도 완화할 것을 SEC에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큰 이득과 함께 큰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자칫 패가망신할 수도 있고, 비공개 기업의 경우 재무 정보 공개 의무도 없어 투자자들이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도 지금처럼 일반 투자자들이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 이익에서 철저히 배제되면 극심한 소득 불평등 속에 자본주의의 근본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절충을 통해 비상장사 과실을 개인들도 공유하는 방식으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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