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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덕 쌓아야 입학한다…'경쟁률 22대1' 국립초 수업 보니

중앙일보 백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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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경북대사대부속초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직접 3D프린터로 만든 달팽이·개구리·게·불가사리 등 모형을 그룹 주제에 맞는 생태계에 배치하고 있었다. ‘동해바닷속’ ‘서해갯벌’ ‘달성습지’ 등 주제를 나눠 생태계 디오라마(축소 모형)를 제작하는 수업이다.

경북대사대부초 5학년 2반의 '함께 사는 생태계' 수업. 학생들이 3D프린터 등을 이용해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표현하면서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구조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경북대사대부초 5학년 2반의 '함께 사는 생태계' 수업. 학생들이 3D프린터 등을 이용해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표현하면서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구조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달성습지를 만든 최서연(11)양은 “달성습지에 어떤 생물들이 사는지 공부하고 개구리 등을 3D 모형으로 만들었다”며 “운동장에서 돌과 풀 등을 주워와서 배치해 하나의 생태계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교사는 돌아다니면서 생태계의 구성요소와 먹이사슬이 잘 표현됐는지 지도했다. 신동권 교사는 “‘생태계 구성 요소들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탐구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수업이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3학년 3반 학생들이 지레의 원리에 대해 직접 경험해보며 탐구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3학년 3반 학생들이 지레의 원리에 대해 직접 경험해보며 탐구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언뜻 보면 단순히 과학 수업 같지만, 이 수업의 과목명은 ‘함께 사는 생태계’다. 학생들은 6~8주 동안 80시간에 걸쳐 생태계의 균형과 보전 등에 대해 탐구한다. 과학 지식을 습득하고 갈등이 해결되는 방식을 토론하면서 과학·사회·국어 등 교과목을 한번에 배우게 된다. 심도 있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 2~3시간 연속으로 진행된다.

같은 시각 3학년 3반에서는 지레의 원리 수업이 진행됐다. 단순 개념 설명과 암기가 아닌, 손톱깎이 등 지레의 원리가 적용된 도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힘점·받침점·작용점을 찾는 토론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왜 도구가 힘을 덜 들이게 해주는지 분석하고 생활에 편리한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대구 중구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0교시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경대사대부초]

대구 중구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 '0교시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경대사대부초]


또 1학년 교실에선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 토론에 한창이었다. 교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학생들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탄소가 배출됐다” “지구가 따뜻해져 빙하가 녹고 있다” “북극에 사는 동물들이 위험하겠다” 등의 의견을 냈다.

이는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도입한 경대사대부초의 수업 풍경이다. IB는 스위스 비영리 교육재단(IBO)이 나라를 옮겨 다니는 외교관 자녀를 위해 1968년 개발한 토론·논술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답 맞히기를 위한 암기식·주입식 공부가 아니라 학생의 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능력을 기르는 게 목표다.


2017년 국내 공교육에도 IB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고 대구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대사대부초와 경대사대부중이 2018년 IB 관심 학교를 거쳐 2019년 IB 후보 학교로 지정됐고, 2021년 1월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국내 처음으로 한국어로 IB를 교육하는 국공립 월드스쿨이 대구에서 나온 것이다.



경대사대부초는 교육부가 운영하는 국립초로 교육비가 무료고 IB의 경우 대구교육청에서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8시반 운동장에서 걷거나 교사들과 줄넘기, 풋살 등 ‘0교시 체육활동’하며 머리를 깨운 뒤 수업에 참여한다. IB 수업은 국어 문법과 수학 등 개념 기반 수업이 30%, 탐구 중심의 수업이 70%로 교육부 교과과정을 따라가는데도 무리가 없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IB 도입 후 학교 입학 경쟁률은 매년 치솟고 있다. 2026학년도 신입생 입학 경쟁률이 22.3대 1을 기록해 2016년 7.6:1의 3배 가까이 올랐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입학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대사대부초에 따르면 입학은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된다. 입학이 정해지면 학부모들을 상대로 IB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회도 열린다.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IB에 관심이 커지면서 아이의 지도를 위해 그룹스터디를 결성하기도 한다.

윤정희 경대사대부초 교장은 “IB 뿐만 아니라 사립초 못지않은 시설과 교복 착용, 교육비 무료, 우수한 교사 등이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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