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혼합복식 간판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 조가 마침내 정상에 섰다. 13일 홍콩 콜리세움에서 열린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WTT) 파이널 홍콩 혼합복식 결승전에서 왕추친-쑨잉사(중국) 조를 3-0(11-9, 11-08, 11-6)으로 꺾었다.
시작부터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움켜쥔 임종훈과 신유빈은 "짜요"로 도배되는 상대 홈그라운드와 다름없는 환경을 이겨내면서 최고의 결과물을 냈다. WTT 역사상 처음 도입된 혼합복식에서 결승에 오른 데 이어 초대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결승에 앞서 중국 조는 결코 가볍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혼합복식이 열리기 직전 쑨잉사가 여자단식 4강전 도중 왼쪽 발목 부상을 입었다. 콰이만과 1-1로 맞선 세 번째 게임 중반 쑨잉사는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추며 통증을 호소했다.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고, 발목에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이뤄졌다.
쑨잉사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를 재개해 네 번째 게임을 11-7로 가져가며 투혼을 보여줬다. 그러나 부상은 감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섯 번째 게임부터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방향 전환과 스텝이 크게 제한됐다. 결국 여섯 번째 게임을 앞두고 심판에게 기권 의사를 전달했다. 경기장은 술렁였고, 쑨잉사는 콰이만과 짧게 악수한 뒤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선택의 무게는 명확했다. 혼합복식을 위한 결단이었다. 문제는 회복 시간이었다. 여자단식 포기 이후 혼합복식 결승까지 주어진 휴식은 한 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테이핑과 처치로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첫 게임의 흐름은 팽팽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한국 조가 가져갔다. 8점을 먼저 찍으며 처음 리드를 잡았고, 이후에는 서브와 리시브에서 명확한 전략을 구사했다. 짧은 서브와 코스 공략으로 중국 조의 반격 타이밍을 끊어내며 11-9로 첫 게임을 마무리했다. 결승전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을 완벽하게 설계한 장면이었다.
기세는 두 번째 게임에서도 이어졌다. 임종훈의 백핸드가 연속으로 포인트를 만들어내며 초반부터 4-0으로 달아났다. 신유빈 역시 리시브에서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이어가며 흐름을 단단히 고정했다. 점수는 빠르게 9점까지 벌어졌다.
마지막 세트는 역전이었다. 왕추친-쑨잉사 조가 초반에 점수를 내면서 마지막 반격에 나섰지만, 어렵지 않게 뒤집은 뒤 11점까지 내달리며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WTT 파이널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오른 임종훈과 신유빈 조는 이미 이전부터 완성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일본, 스페인 조합을 상대로 모두 3-0 완승을 거두며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준결승은 이번 대회의 분수령이었다.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 린스둥-콰이만(중국) 조를 3-1로 꺾으며, 중국 선수들이 타국 조합을 상대로 이어가던 전승 흐름을 끊어냈다. 이 승리로 임종훈-신유빈 조는 단순한 도전자가 아니라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우승은 변수 덕분에 완성된 결과가 아니다. 변수 속에서도 흐름을 읽고, 준비한 것을 코트 위에 구현해낸 결과다. 중국 혼합복식의 벽을 넘은 우승은 이변이 아니라 증명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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