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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과 치즈의 매혹적 만남…한국의 발효 음식, 미식의 새 장을 열다 [미담:味談]

헤럴드경제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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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림치즈와 한국의 발효음식으로 만든 새로운 요리들. USDEC 제공

미국 크림치즈와 한국의 발효음식으로 만든 새로운 요리들. USDEC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미식은 때론 경계를 허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국의 된장과 미국의 크림치즈의 만남이 그러하다.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꽃핀 발효 음식이 만나, 매혹적 결과를 만들었다.

지난 9일 미국유제품수출협회(USDEC)는 미슐랭 한식 파인다이닝 비채나와 함께 롯데월드타워 81층 비채나에서는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 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미국 크림치즈를 한국의 발효 음식들과 조합해 새로운 미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한식은 대표적인 발효 미식이라 불릴만큼, 한식에서 발효는 중요한 갈래 중 하나다. 김치, 된장, 간장, 젓갈, 막걸리 등 수 많은 음식에서 발효가 사용된다. 발효란 쉽게 이야기해 미생물이 당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부산물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과 지방 등이 분해돼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든다. 또 발효의 부산물인 산(酸)과 알코올 역시 맛과 향의 변화를 일으킨다.

“발효는 미생물이 창조하는 완전히 새로운 맛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현대적 해석을 더하는 것이 우리의 철학입니다. 크림치즈와의 조합은 전통과 현대, 동서양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비채나의 전광식 총괄셰프는 이날의 키워드인 발효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9일 비채나에서 열린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 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 행사에서 비채나의 전광식 총괄셰프가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USDEC 제공

9일 비채나에서 열린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 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 행사에서 비채나의 전광식 총괄셰프가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USDEC 제공



“미국 치즈는 한국 요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재료로, 모두 발효 또는 숙성에서 오는 깊은 맛과 독특한 질감을 완성합니다. 이러한 공통점은 두 나라가 발효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왔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유제품수출협회 글로벌 푸드서비스 부문 에이미 푸어 부사장 역시 서로 다른 두 나라의 발효 문화가 어울림에 어색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식의 발효 미학, 세계 미식과 만나 미식의 새로운 길을 밝히다
명이나물, 크림치즈로 맛을 낸 육회를 올린 증편요리. USDEC 제공

명이나물, 크림치즈로 맛을 낸 육회를 올린 증편요리. USDEC 제공



이날 비채나의 전광식 셰프팀은 명이, 누룩, 유자, 감태 등 한국 고유 식재료를 발효·건조한 파우더와 미국산 크림치즈를 섬세하게 조합해 만든 ‘발효 크림치즈 베이스’를 공개했다.

이를 이용해 만든 메뉴는 ▷누룩소금 크림치즈 비빔국수 ▷유자 크림치즈 게살 튀김 ▷명이나물 크림치즈 육회 증편 ▷감태 크림치즈 김부각 ▷곶감 크림치즈 옛날호떡, 그리고 ▷화요XP의 오크향과 고흥 유자주의 상큼함을 블렌딩 하고, 서양의 ‘장(醬)’인 크림치즈에 된장을 가미해 깊고 구수한 폼을 올린 칵테일 ‘장클라우드’ 칵테일까지 총 6종이었다.


각 메뉴는 한국 전통적인 발효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적 미학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누룩소금과 크림치즈로 만든 비빔국수. USDEC 제공

누룩소금과 크림치즈로 만든 비빔국수. USDEC 제공



크림치즈 비빔국수는 크림치즈와 누룩소금을 조합한 크리미한 소스에 담긴 국수였다. 누룩소금의 단맛, 감칠맛과 막걸리 또는 사케와 같은 발효향에 크림치즈의 산미와 부드러운 크림향이 만나 촘촘한 맛의 레이어를 완성했다.

유자크림치즈 게살 튀김. USDEC 제공

유자크림치즈 게살 튀김. USDEC 제공



유자와 크림치즈의 조합은 예상할 수 있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튀김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해, 누구나 거부할 수 없는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음식은 명이나물 크림치즈 육회 증편이었다. 숙성 발효를 통해 감칠맛, 단맛을 끌어 올린 명이나물과 크림치즈의 조화는 맛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가온 맛은 작은 충격과 감탄을 일으켰다.

곶감 크림치즈 옛날호떡. USDEC 제공

곶감 크림치즈 옛날호떡. USDEC 제공



감태크림치즈 김부각. USDEC 제공

감태크림치즈 김부각. USDEC 제공



감태 크림치즈 김부각과 곶감 크림치즈 옛날호떡은 앞에 한 가득 쌓아두고 와인과 함께 아무생각 없이 계속 집어먹고 싶은 맛이었다.

된장과 크림치즈의 만남인 장클라우드는 육회와 함께 충격을 준 두 번째 음식이었다. 아무 설명을 듣지 못하고 마셨을 때는 막걸리 베이스의 칵테일인줄 알았다. 산미가 뛰어나고 약간의 달콤함, 향기로운 유자향을 식전주로 완벽했다.

韓 발효음식, 세계화에 이르는 첫 발걸음이 되기를
9일 비채나에서 열린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 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 행사. USDEC 제공

9일 비채나에서 열린 ‘미국 크림치즈와 함께 한 한식의 새로운 길 美味(미미)’ 행사. USDEC 제공



사실 치즈와 한식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수십년 어쩌면 그 전에도 치즈를 이용한 한식은 요식업계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라면 위에 치즈를 올려 먹기도 하고, 김밥 안에도 치즈를 넣어 치즈김밥을 먹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말이다.

다만, 치즈와 한국의 발효음식의 만남 자체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된장 또는 간장, 고추장과 같은 장류를 치즈와 혼합하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처럼 한 자리에서 다양한 장르의 발효음식을 치즈와 결합한 사례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행사는 치즈와 한식의 결합이 포인트가 아니라, 한식의 발효음식과 미국의 발효음식 치즈의 만남에 우리는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어쩌면 이것이 한식의 세계화에 다가서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시도가 아닐까. 치즈를 이용해 한식에 대한 부담감을 낮춰, 새로운 시도를 경험하게끔 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전통적 발효 미학을 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이번 행사의 이름에 ‘한식의 새로운 길’이 들어간 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이런 기대감이 단순한 개인적 고취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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