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웨스트 윙 밖에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시장이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국채 매입을 시작한 데다가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까지 ‘강경 비둘기(완호 선호)’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확대가 상수라면 이제 시선은 유동성의 흐름으로 몰린다. 지금까지는 대형 인공지능(AI) 기술주 일변도로 자금이 쏠리는 모습을 보여왔다면, 앞으로는 중소형·경기민감주와 소위 ‘지루한 기술주’라 불리는 전통 반도체 기업도 보다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점점 기대 커지는 연준의 ‘과잉 완화’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연준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문에서 “지급준비금을 현재의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단기국채(T-bill) 매입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밝힌 초기 매입 규모는 첫 달 기준 약 400억달러다. 적지 않은 규모다. 전무후무한 위기였던 코로나 초창기 연준이 뿌리기로 결정한 국채 매입 규모가 월 800억달러(주택저당증권·MBS는 별도로 400억달러) 정도였다.
이에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연준이 일종의 ‘미니 양적완화(QE)’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하면 시장에는 채권이 줄고 대신 현금이 쌓인다.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방식으로 기준금리가 제로(0)에 다가선 상태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면 양적완화라고 표현한다.
연준이 밝힌 초기 매입 규모는 첫 달 기준 약 400억달러다. 적지 않은 규모다. 전무후무한 위기였던 코로나 초창기 연준이 뿌리기로 결정한 국채 매입 규모가 월 800억달러(주택저당증권·MBS는 별도로 400억달러) 정도였다.
이에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연준이 일종의 ‘미니 양적완화(QE)’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하면 시장에는 채권이 줄고 대신 현금이 쌓인다.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 방식으로 기준금리가 제로(0)에 다가선 상태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면 양적완화라고 표현한다.
이번 발표는 단기국채 중심일 뿐이고 지급준비금을 충분한 수준으로 매입하는 기술적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양적완화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적완화냐, 아니냐는 논의는 차치하고 유동성 측면에서는 확대가 틀림없다.
도이치뱅크도 “준비금관리프로그램(RMP)은 당사 예상보다 1분기 빠르게 발표되었으며, 초기 매입 규모도 예상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기대도 유동성이 늘어난다는 관측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신중한 움직임을 이어왔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로 종료되고 그 자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채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당장 (FOMC의) 결과는 매파적이었지만 연준은 곧 ‘과잉완화’까지 치달을 각오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파월 의장의 인플레에 대한 평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월 의장은 ‘인플레 리스크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지만, 그다음 발언들은 모두 ‘인플레는 걱정 없다’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물가가 높지 않은 것으로 발표된다면 파월 의장은 자기 생각을 확신할 것”이라며 “내년 초엔 ‘파월’과 ‘차기 의장 지명자’가 갈등하는 게 아니라,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월가에 있는 뉴욕 증권 거래소 [연합] |
늘어난 유동성, 어디로 흐를까
지금까지 상승장은 소위 말하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이 견인했다. 인공지능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 기술기업 7개를 말하는 ‘매그니피센트7(M7)’에 대한 투자로 연결됐다.
이번 유동성 장세도 이러한 흐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최소한 하단은 단단하게 지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2019년의 기시감이 든다. 2019년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해 초단기물 시장 금리가 급작스레 뛰자 깜짝 놀란 연준은 소방수를 자처해 물(현금)을 뿌리기 시작했다. 방식은 지금의 국채 매입과 비슷하다.
서정훈 삼성증권 팀장은 “2019년 당시 진행됐던 지급 준비금 관리를 위한 단기 국채 매입 과정에서도 연준은 이것이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실물과 금융이 다 같이 부양되는 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났다”며 “로버트 카플란 당시 댈러스 연준 총재는 동 작업이 양적완화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인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 불확실성 중 하나였던 12월 FOMC가 예상보다 온건한 결론으로 확인됐고, 연말 유동성 여건 또한 큰 폭으로 개선되는 국면”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최소 시장 하방은 단단하게 지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최근 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속되는 엔비디아를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지금까지는 비교적 상승세가 덜했던 전통·중소형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AI버블 우려는 과장됐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고 이에 시야를 좀 더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주나 중소형주 혹은 금리 인하의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섹터 등이 주목받을 수 있다.
실제로 11일(현지시간) 오라클이 촉발한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인해 기술주는 약세를 지속했으나, 전통주 비중이 높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46.26포인트(1.34%) 오른 4만8704.01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0.21%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26% 하락했다.
황신해 LS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의 주체인 빅테크는 AI 버블과 수익성 및 경쟁 우려 직면,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 하드웨어, 메모리, 전력, 소재 등의 인프라 테마와 소프트웨어 테마는 견조한 상승 모멘텀 지속했다”며 “다우, 중소형주로의 로테이션 흐름 가속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기술주의 성장성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황신해 연구원은 “기술주 소외에도 전통 반도체 기업으로의 성장성 부각은 지속됐다”며 “소위 지루한 기술주 영역들은 데이터센터 확충 경쟁의 수혜주로 급부상하고 있고, AI 버블론이 AI 투자의 주체인 빅테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견조한 주가 흐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