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기자]
(인천=국제뉴스) 이병훈 기자 = 제소전 화해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설명만 믿고 무심코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정작 강제집행 단계에서 집행문 부여가 막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언제까지 인도할 것인지', '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등 언제까지가 특정되지 않은 이른바 '기한 없는 약속' 형태의 제소전 화해는, 내용상 승소와 다름없어 보이면서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무력화되기 쉽다.
13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제소전 화해조서는 집행권원인 만큼, 법원은 집행문을 부여하는 단계에서 '이미 집행할 수 있는 채무인지'를 형식적으로 심사한다"며 "이때 가장 먼저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행기의 도래 여부인데, 여기서 기한이 불명확하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라는 말이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
(인천=국제뉴스) 이병훈 기자 = 제소전 화해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설명만 믿고 무심코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정작 강제집행 단계에서 집행문 부여가 막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언제까지 인도할 것인지', '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등 언제까지가 특정되지 않은 이른바 '기한 없는 약속' 형태의 제소전 화해는, 내용상 승소와 다름없어 보이면서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무력화되기 쉽다.
13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제소전 화해조서는 집행권원인 만큼, 법원은 집행문을 부여하는 단계에서 '이미 집행할 수 있는 채무인지'를 형식적으로 심사한다"며 "이때 가장 먼저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행기의 도래 여부인데, 여기서 기한이 불명확하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라는 말이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임차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기로 한다",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정도의 문구만 넣어 두는 경우다. 당사자와 목적물, 채무 내용은 어느 정도 특정돼 보이지만, '언제까지' 이행해야 하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경우 민사소송에서는 "채무는 언제든 이행청구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가능하더라도, 강제집행 단계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집행법원은 제소전화해조서만을 기준으로 이행기 도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조서 어디에도 날짜나 도래 조건이 적혀 있지 않다면 집행문 부여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
민법은 기한이 붙지 않은 채무에 대해, 채권자는 언제든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자는 곧바로 이행해야 한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엄 변호사는 "민법상 '기한 없는 채무' 이론과, 집행문 단계의 심사는 층위가 다르다"며 "민법은 권리관계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고, 집행문은 '이제 당장 강제집행을 해도 되는 상태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법원 입장에서는, '언제든 청구할 수 있다'는 외부 사정을 전제로 집행문을 부여할 수는 없고, 오로지 집행권원 자체에 기재된 문구만 보고 기한 도래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금 반환, 명도, 연체차임 정산 등을 한 장의 제소전화해조서로 정리할 때는 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보증금 반환채무, 목적물 인도의무, 연체차임 지급의무가 서로 맞물려 있으면서도, 각 채무마다 이행기와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퇴거하기로 한다",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연체차임은 ○○원으로 한다" 정도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상 합의는 된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어느 채무부터, 언제, 어떤 조건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가 모두 모호해진다.
엄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식은 각 채무별로 이행기와 조건을 쪼개서 써 넣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명도에 관해서는 "채무자는 2026년 3월 31일까지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을 인도한다"고 특정일을 명시하고, 보증금에 관해서는 "채권자는 위 부동산 인도와 동시에 전세보증금 잔액 ○○원을 지급한다. 다만 인도 완료 시를 이행기로 본다"는 식으로 동시이행 구조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연체차임 정산이 있다면 "연체차임 합계 ○○원은 2026년 4월 30일까지 지급한다. 기한까지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연 ○%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한다"와 같이 별도의 기한과 제재를 명확히 붙여야, 각각 독립된 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임대차계약 해지 시점이 도래해 있다면, 제소전화해조서에 "임대차계약은 2025년 12월 31일 해지된 것으로 한다"는 식으로 해지일을 먼저 명시하고, 그 해지일과 연동해 명도 기한과 보증금 지급기한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계약 종료 전이라면 "임대차계약은 2026년 1월 31일 종료되는 것으로 한다"는 조항을 두고, 종료일 이후 언제까지 인도·지급을 마쳐야 하는지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엄정숙 변호사는 "제소전화해는 잘 써 두면 소송 한 번으로 끝날 분쟁을 아예 사전에 정리하는 강력한 도구지만, 문장 하나에 '언제까지'가 빠져 있으면 집행권원으로서의 힘이 반감된다"며 "특히 전세금 반환과 명도, 연체차임 정산을 한 번에 묶는 합의라면, 초안 단계에서부터 집행문 부여와 강제집행까지 염두에 두고 각 채무별 이행기와 조건을 설계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사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어차피 다 해주기로 한 것' 같아도, 집행법원 입장에서는 '언제 집행 가능한 채무인가'가 보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며 "제소전화해를 준비할 때일수록 기한을 빼지 말고, 오히려 더 집요하게 적어 넣어야 분쟁을 진짜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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