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정말 쿠팡처럼 대처하면 안 되죠.”
“전체적인 그립을 잡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쿠팡은 정말 한국에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진정성 없는 사과에, 여론보다는 법적 책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직한 임직원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행태 등을 두고서다.
오는 17일 국회에서 열릴 쿠팡 청문회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 의장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말로 소통 가능했던 박대준 쿠팡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미국인이 선임되면서 국회와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진정성 느껴지지 않는다”...실패한 사과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발송한 개인정보 노출 통지문 |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 쿠팡은 3370만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드러난 후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
‘정보 유출’ 대신 ‘정보 노출’로 기업 책임은 비껴가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고 그마저도 게재한 지 사흘만에 사과문을 내려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과문을 내린 자리에 연말 마케팅 광고들로 채운 모습은 소비자들 사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40대 주부 A씨는 “내 집주소며, 현관문 비밀번호, 소비패턴 등이 그대로 유출돼 걱정이 컸지만, 정작 쿠팡 측에선 그러한 소비자들 우려에 공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였다”며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대신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만 보이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과문 게재 이후 오류가 끊이지 않은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쿠팡엔 큰 그립을 잡고 내부 통제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각 부서가 내부적으로 전혀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나오는 전형적인 모습” “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실패한 사과문”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인 가고 오는 미국인...조직 안정화시킬 수 있을까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쿠팡]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던 박대준 쿠팡 대표가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이어 새롭게 선임된 미국 쿠팡Inc의 해롤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
이미 여론보다는 법적, 행정적 처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쿠팡에서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 전문가가 등장한 것을 두고 안팎에선 ‘법적 리스크를 전면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쿠팡을 직접 언급하며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최근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도 현행법상 전체 매출의 4%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 41조원을 기록한 쿠팡은 산술적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과징금과 별도로 집단소송을 통한 민사상 손해배상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집단소송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로펌 SJKP는 올해 안에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집단소송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로저스 대표의 등판은 그만큼 현재 쿠팡이큰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며 “이미 시작된 대규모 소송전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로저스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재 유출에 법적 대응 강화한 쿠팡...직원들 동요는
지난 9일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중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상자를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싸늘한 여론에 정치권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 그리고 경찰의 고강도 압수수색까지.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쿠팡의 직원들 역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업계에서 중요한 기술 인재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올해 들어서만 쿠팡에서 패션플랫폼 무신사로 빠져나간 기술인재가 1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1600만명 이상 회원과 MAU(월간활성사용자 수) 최대 8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다. 무신사는 현재 S급 인재에 대한 고액 연봉, 스톡옵션 등의 철저한 성과 보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무신사로의 기술인재 유출이 늘자 아예 법적 대응을 강화했다.
쿠팡은 앞서 지난 7월 무신사로 이직한 임원 A, B씨를 상대로 전직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냈다. 해당 임직원들이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서울동부지법은 그러나 최근 해당 소송을 기각했다. 쿠팡이 영업비밀로 내세운 ‘로켓배송’ 시스템 등은 “고도의 기술적 집약체라기보다 막대한 자본 투자에 따른 시스템적 결과물”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퇴직자들의 이직을 ‘개인의 역량에 따른 직업 선택의 자유’ 영역으로 봤다.
이에 쿠팡 측은 지난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직원들을 압박하려는 쿠팡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가뜩이나 지금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직원들 사이 불안감이 큰 상황인데, 회사에 대한 불안감이나 불신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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