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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빼면 '수출 역성장' … 산업 체질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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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편집인]
수출은 사상 최대이지만, 투자 · 고용 · 내수는 지지부진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말처럼 구조개혁을 통해 국가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사진 | 연합뉴스]

수출은 사상 최대이지만, 투자 · 고용 · 내수는 지지부진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말처럼 구조개혁을 통해 국가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사진 |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12월에 지난해 수준(613억 달러)만 유지해도 7000억 달러를 거뜬히 넘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8~9번째 무역강국에 오를 수 있다. 일본과의 차이도 지난해 1200억 달러에서 올해 200억 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는 와중에 일궈낸 값진 성과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1~11월 누적 수출액은 487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948억 달러)보다 1.5% 감소했다.


주요 15개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품목 수출은 줄었다.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대부분이 중국의 산업 굴기와 저가 공세로 경쟁력이 약화하며 부진했다. 그만큼 반도체 착시효과가 크고, 산업구조와 마찬가지로 수출구조도 기형적이다.


반도체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 수요가 급증했다. 이른바 슈퍼 사이클이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 수출이 1526억 달러로 역대 최대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3%로 2000년대 초 10%였던 것이 20여년 만에 세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반도체 수출은 17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이 반도체 몫이다. 특정 업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수요 급증과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난 반도체 슈퍼 사이클도 마냥 지속될 리 없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반도체는 정보기술(IT) 산업 사이클과 AI 투자 흐름에 따라 수요와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 내년까지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수요가 여전하겠지만, 2027년에는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쏠림이 심한 상태에서 슈퍼 사이클이 끝나면 우리나라 수출이 휘청할 것이다.


반도체 불황이 현실화하면 수출뿐만 아니라 성장률, 재정, 고용 등 경제 전반이 타격받는다. 반도체 호황은 양날의 칼이다. 의존도가 커진 만큼 하강 시 충격도 과거보다 클 것이다.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신산업을 서둘러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 중심 수출구조도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다.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의 40%를, 상위 100대 기업이 67.6%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 이런 판에 최근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압박도 대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해외투자에 쓰거나 보유하면서 국내로 들여오지 않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흑자임에도 원ㆍ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원화가치 약세)이 멈추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부품ㆍ중간재 산업이 위축된다.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며 활력이 약화하고,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게 된다.

대외 환경이 과거 여느 때보다 좋지 않다. 미국과 중국간 공급망 갈등 속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 추정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7005억 달러에서 내년에 6971억 달러로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중심 경제구조에서 시급한 것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다. 철강ㆍ석유화학처럼 글로벌 공급과잉과 탄소 규제가 겹치는 전통 제조업은 구조조정과 고부가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처럼 순항하는 산업이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공급망 안정, AI 기술 내재화,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


반도체 불황이 현실화하면 수출뿐만 아니라 성장률, 재정, 고용 등 경제 전반이 타격받는다.[사진|뉴시스]

반도체 불황이 현실화하면 수출뿐만 아니라 성장률, 재정, 고용 등 경제 전반이 타격받는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출이 사상 최대인데 투자ㆍ고용ㆍ내수는 지지부진한 경제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수출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설비 리쇼어링 촉진, 연구ㆍ개발(R&D) 지원 확대 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구조개혁을 통한 국가 대전환을 강조하며 개혁 대상으로 규제ㆍ금융ㆍ공공ㆍ연금ㆍ교육ㆍ노동 등 6대 분야를 지목했다.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제대로 실천해야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신뢰하며 국내 투자와 R&D에 나서는 등 움직이고, 산업 경쟁력도 강화된다.

지금 사상 첫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할 게 아니라 수출 8000억 달러, 1조 달러 달성을 목표로 산업 대전환을 꾀하며 체질을 개선할 때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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