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 예금 등장..."더 받아야지" 저축은행 갔다가 금리에 '갸우뚱'

저축은행, 수신 금리 경쟁력 약해져, 시중은행과 금리 차이 안 나
신규 영업 악화로 금리 인상 유인 없어져
"내년에도 총여신 등 자산 증가세 정체되거나 축소"

시중은행·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비교/그래픽=김지영

저축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예금 금리 경쟁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0%대까지 올렸지만 저축은행은 이보다 더 올리지는 못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쫓아가기에 바빴다. 비우호적 영업환경으로 대출할 곳이 없어지자 고객으로부터 수신을 유치할 유인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시중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3.0%대까지 올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 1.0%대 금리였으나 3.0%대까지 급격히 인상됐다.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데다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신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연 2.9%에 우대사항 만족 시 0.3%P(포인트)를 더해 연 3.2%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은 최고 금리를 연 2.8%에서 3.1%로 0.3%P 인상했다.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도 최고 연 3.1%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자 저축은행도 따라서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인상 폭은 크지 않았다. 일부 저축은행이 시중은행 최고 금리보다 살짝 높거나 맞추는 수준에서만 인상을 단행했다.

1년 만기 기준으로 △DH △머스트삼일 △유니온 등 저축은행들이 최고 연 3.2% 예금 금리를 제공한다. 이어 △HB △동양 △스마트가 연 3.18%,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은 연 3.17% 금리를 보였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연 2.6%라는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제공했다. 2위인 OK저축은행이 그나마 시중은행과 맞춰 연 3.1%까지 예금 금리를 끌어올렸다.

실제로 두 업권 간 평균 예금 금리 차이는 미미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2.79%(우대 포함 최고금리)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7%로 두 업권의 평균 금리 차이가 0.1%P도 나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은 수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 레고랜드 사태에서 시중은행이 유동성 비율을 맞추겠다고 예금 금리를 연 5.0%대까지 끌어올릴 때 저축은행은 연 6.0%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며 "시중은행이 연 3.1%까지 올렸다면 예전 같으면 저축은행들은 최소 연 3.5%까지는 올렸을 텐데 지금은 같은 수준을 맞추는 정도에서 끝났다"고 말했다.

앞서 저축은행은 예금보호한도 상향의 최대 수혜 업권으로 뽑혔다. 하지만 지난 9월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올랐음에도 저축은행 업계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에도 비우호적 영업환경으로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내수 경기 부진으로 가계 및 자영업자 차입 여력이 약화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에 따라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 기조에 따른 대출 규제도 강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저축은행) 업권의 총자산 및 총여신 증가세는 정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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