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일상 결제가 가능한 도시가 있다. 스위스 남부의 루가노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루가노는 시 전역 상점·식당에 암호화폐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며 ‘비트코인 도시’ 실험을 본격화했다.
매체는 맥도날드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부터 동네 편집숍까지 계산대 위에 카드 단말기처럼 생긴 암호화폐 결제기가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지역 소매업체에 무상 배포한 장비다. 결제 방식은 간단하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비트코인 지갑으로 비접촉 결제를 하면 된다.
현재 루가노 지역 약 350개 상점·식당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시청도 일부 수수료·보육비 등 행정요금을 암호화폐로 받기 시작했다. 예컨대, 유치원 보육비도 지불이 가능하다. 현지 이용자들은 “중개 수수료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선불형 상품권을 스위스프랑으로 구입한 뒤 비트코인으로 전환, 휴대폰 지갑에 충전하는 방식도 보편화됐다.
루가노 잡화점 중 하나인 ‘빈티지 나사’의 주인인 체루비노 프라이는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이유에 대해 “신용카드 수수료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결제 수수료가 통상 1% 미만인 반면, 직불·신용카드는 최대 1.7~3.4%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일부 고객만 간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5~10년 뒤 성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루가노는 2022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와 손잡고 ‘플랜B’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목표는 교육·인프라를 묶어 “유럽의 비트코인 허브”로 자리 잡는 것이다. 플랜B 허브의 미르 리포니 디렉터는 "11일간 ‘비트코인만 쓰기’ 실험을 한 결과, 식료품·배달 등은 충분히 가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대중교통, 연료 구매, 치과 진료, 전기요금 납부 등은 암호화폐 결제가 막혀 있었다.
한편, 루가노와 비슷한 비트코인 프로젝트를 시도한 곳들의 사례도 소개됐다. 2021년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한 이들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면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는 ‘세계에서 가장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도시’로 꼽혔고, 홍콩과 취리히가 뒤를 이었다.
루가노 내부의 반응도 엇갈린다. 지난 8월 호숫가 공원에는 2008년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훼손돼 호수에 버려지는 사건이 있었다. 또 한 주민은 과도한 홍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범죄·다크웹·투기와 연결된 이미지가 크다”며 “가격 급락으로 손실을 본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변동성과 평판 리스크를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세르지오 로시 프리부르대 교수는 “상인은 수취 즉시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하며 “불법 거래에 사용되는 암호화폐는 도시와 금융기관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관(custody) 리스크도 거론된다. 스위스 은행 예금은 10만 스위스프랑까지 보호되지만 암호화폐에는 동일한 보호 장치가 없다. 디지털 지갑이 등록된 플랫폼이 실패하거나 파산하면 자산이 몽땅 사라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미켈레 폴레티 루가노 시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비트코인처럼 법정화폐(현금)도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쓰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마약을 팔 때 비트코인이 아닌 현금을 받는 이유는 익명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며 “암호화폐 관련 기업 110곳이 루가노에 새로 들어오거나 이전했다. 비트코인이 오히려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강조했다.
조수연 기자 newsuyeo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