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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의료대란 이후 응급실 뺑뺑이 현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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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추적 60분 (사진=KBS1)

추적 60분 (사진=KBS1)


12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길 위의 환자들 오늘도, 응급실 뺑뺑이' 편으로 꾸며진다.

지난 2024년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은 지난 9월 전공의 복귀로 1년 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의료 공백이 남긴 혼란이 진정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거리를 전전하는 환자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응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추적 60분'은 끝나지 않은 응급실 대란 속,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 응급의료 현장을 취재했다.

■ 이마가 찢어진 열상 환자, '응급실 뺑뺑이' 끝 사망

지난해 4월 40대 남성 심윤석(가명) 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시작은 저녁 무렵 이마에 생긴 약 5cm 길이의 상처였다. 심 씨는 치료를 위해 인근 종합병원 세 곳을 차례로 방문했지만, 끝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상처 부위가 깊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다." 등을 이유로 응급실 수용이 거부된 것이다. 그렇게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으며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약 2시간. 세 번째로 찾은 병원에서조차 수용 불가 통지를 받고 다른 병원을 찾아 이동하던 중 심 씨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이마에 상처를 입고 2시간 30분 만에 심 씨는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과다 출혈이었다.


현행법은 응급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 또는 기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세 병원이 심 씨를 수용하지 않은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상처 부위를 빨리 꿰매고, 지혈만 잘 되었더라면 살 수 있었잖아요? 성형외과든 무슨 과든 의사가 일단 먼저 긴급 처치만 해줬으면 되는 건데..." - 심 씨 유가족 인터뷰 중

■ 의정 갈등 종료 후 3개월, 응급의료 체계는 아직 공백 상태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병원에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팬데믹과 의료 대란을 거치며 환자를 수용해 줄 병원을 찾느라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시기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격리 병상 여부 등을 묻던 절차가 최근엔 '사전 허락'이라는 관행으로 변질됐다"고도 주장한다. 해당 조항이 '응급실 뺑뺑이'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늘면서, 정치권에서는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17일 정부는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보건의료 위기 경보를 해제했다. 집단 사직했던 전공들이 복귀함에 따라 의료 공백이 해소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의료계집계에 따르면 전공의의 수련현장 복귀율은 의정갈등 이전의 76% 수준이다. 그러나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 전공의 모집 결과는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지방 병원은 서울로 전공의들이 복귀하면서 의료 공백이 한층 더 심화됐다.

■ 응급실 문턱이 높아진 이유, 무너진 배후 진료 시스템


응급의료체계는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로 완성된다. 그러나 배후 진료 불가를 이유로 응급실 수용조차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종 치료는커녕, 환자들이 응급실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10월 추석 연휴, 주부 이은호 (가명) 씨는 디스크가 터지면서 하반신의 감각이 점차 무뎌졌다. 가족과 함께 인근 종합병원 3곳을 찾았으나 의료진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119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을 수소문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배후진료를 맡아줄 '신경외과 전문의 부재'가 그 이유였다.

부산에 사는 30대 박건후 (가명)·윤지원 (가명) 씨 부부도 최근 생후 7개월 아기가 장이 꼬이는 응급 상황을 겪었다. 1차 병원에서 장중첩증이 의심된다는 진단과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의 주요 종합병원들은 소아외과 의료진이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결국 부산에서 수백km 떨어진 서울 소재의 한 종합병원까지 향해야 했다.

"빠른 수술이 중요한 응급 질환이라는데, 의사를 만나기까지 3일이 걸렸어요. 48시간 내 수술받았으면 하반신마비까지는 안 왔을 거라고 하네요." - 이은호 (가명) 씨 인터뷰 중

"부산이라는 대도시에 병원이 이렇게 많은데, 내 아이 수술해 줄 의사 한 명이 없다니 너무 충격이었어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우나요? "- 박건후 (가명)·윤지원 (가명) 씨 부부 인터뷰 중

■ 무엇이 환자를 길 위에 떠돌게 하나

의사들이 겪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도 응급 환자 수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2017년 생후 5일 된 신생아가 중장염전(장이 뒤틀려 꼬이는 현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병원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었고, 당직 의사가 응급수술을 집도했다. 그런데 환자에게 후유장애가 생겼고 병원과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과 병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법원은 병원과 의료진에 10억 원가량의 배상을 명령했다. 세부 전공이 소아외과가 아닌 의사가 수술을 진행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해당 판결이 의료계에 '세부 전문의가 없으면 환자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소진과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응급의료 체계와 의료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 정부는 총리 주재로 '응급의료개선TF'를 꾸리고 응급의료체계 점검에 나섰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응급의료 정상화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추적 60분' 1435회 「길 위의 환자들, 오늘도 응급실 뺑뺑이」 편은 이날 밤 10시, KBS 1TV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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