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없네요" "참 말이 기시다"... 이 대통령 '尹 임명' 인천공항사장 질책

이학재 사장에게 "업무 파악 정확하지 않아"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엔 "내용 분명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참 말이 기십니다."

12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송곳 질문에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서 질타를 받는 장면이 반복됐다. 이 사장은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 사장에게 외화 밀반출 의혹을 캐물었다. 이 대통령은 "1만 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느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하라.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거듭 추궁했다. 이 사장이 같은 대답을 반복하자, 이 대통령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참 말이 기십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가능한지만 얘기하면 된다"며 싸늘한 분위기를 수습하자, 이 사장은 "그건 실무적인 거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시인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기술원, 국립항공박물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또 대응 방안을 세관과 협의하라는 지시에 이 사장이 즉답하지 않자 "지금 딴 데 가서 노세요"라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이어 이 사장의 임명 시기와 임기를 물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부터 취임해 3년 임기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정확히 못 하고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 진척 사항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질문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저보다 아는 게 없는 것 같네요.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됐습니다"라며 다른 사안으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과 이 사장의 문답은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김의겸 청장에겐 "희망고문... 내용 분명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도 이 대통령의 날카로운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김 청장의 업무 추진 방향을 듣고 "30년째 (개발)하고 있는데 일종의 희망고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또 "전북도민들의 기대치는 높은데 그것을 하려면 실제 재정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얘기를 하면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것 같으니 애매모호하게 있는 상태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김 청장이 답을 잘 못하자 실무자에게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안 되는 걸 희망고문해서는 안 된다"며 새만금개발사업의 옥석을 가릴 것을 주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