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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상기후에 시세 60% 급등···횟집들 "매일 방어戰"

서울경제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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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방송 영향 '대방어 열풍'
양식장은 고수온·적조 직격탄
제철 출하 늦어지며 가격 급등
계절 대표품목 가격 오르면서
"먹거리 다 비싸져" 불만 커져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 저녁 영업 때마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제철 방어부터 찾는 손님들에게 “오늘 물량이 다 나갔다”고 답하면 곧바로 발길을 돌려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어제만 해도 방어를 찾으러 온 손님 10팀이 그냥 돌아갔다”며 “시세가 2배 가까이 뛰어 물량 확보 자체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생선회 배달 전문점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B 씨는 “아예 ㎏ 단위가 아니라 ‘열 점에 얼마’ 식으로 판매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원가가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상기후 여파로 겨울철 대표 어종인 방어 수급이 흔들리며 시장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출하가 지연되면서 제철임에도 방어 값이 급등하자 수산·유통 업계는 물론 소비자까지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방어를 포함한 겨울철 먹거리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물가 불안 심리도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노량진수산물시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국내산 방어 시세는 ㎏당 2만 6600원 선에 형성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6600원 대비 60.2% 오른 수치다. 개체별 지방 함량과 맛 편차가 적어 주점에서의 선호도가 높은 일본산 방어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새벽 노량진 경매시장에서 일본산 활방어 1미의 낙찰가는 평균 3만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69.5% 폭등했다. 국산과 수입산 할 것 없이 수산물 도소매상이나 자영업자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방어 값 상승에는 이상기후 현상과 최근 폭발적으로 강해진 수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산 방어 양식장은 통상 여름철 잡은 치어(새끼)를 가둬 두고 겨울까지 키운 뒤 출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그런데 올여름 동해안이 고수온과 적조를 비롯한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으면서 양식 환경이 급변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수온 현상으로 천적인 참치가 급증하면서 양식장별로 방어 치어 확보가 상당히 늦어졌다”면서 “상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커지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평년보다 초겨울 시세가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높아진 선호도도 한몫했다. 방어는 2010년대 이후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자리 잡았다.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대방어 열풍’이 불었다. 겨울철 수온 하강기에 지방 함량이 크게 늘어 맛이 절정에 이르는 특성이 알려지면서다. 경남 창원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C 씨는 “유튜브 먹방에서의 노출도가 높아지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다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방어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산 방어 역시 수입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국내 수요 증가까지 겹치며 가격 오름폭이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수산물을 취급하는 도소매상이나 횟집 자영업자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매주 전쟁을 치르는 분위기다. 서울 도봉구에서 생선회 포차를 운영하는 D 씨는 “원가가 너무 올랐지만 메뉴를 뺄 수는 없어 고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 업계도 산지 다변화에 비상이 걸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에 올해 방어 행사를 예년보다 약 일주일 정도 늦춰 잡은 상태”라고 전했다.


계절 대표 수산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서 먹거리 전체가 비싸졌다는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소비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겨울 회 값이 예년과 확실히 다르다”며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E 씨는 “평소 연말이면 방어회를 즐겨 먹는데 올해는 회식 장소를 예약하려다 가격이 너무 올라 외식비 부담이 확 느껴졌다”며 “대신 다른 메뉴를 찾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겨울철 대표 먹거리로 인식되는 고등어·딸기 등의 상승세도 체감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현지 수온 상승과 어획량 제한뿐만 아니라 고환율까지 겹쳐 가격이 뛰고 있다. 겨울 대표 간식인 붕어빵 역시 서울 강남·종로 등을 중심으로 1개 가격이 1500원까지 오른 곳이 늘었다. 일명 ‘붕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등장했을 정도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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