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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초대석] 정근식 "과거제부터 시작된 교육열…미래 교육 핵심은 교육공동체 마음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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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오늘날 과열된 교육열에 대해 "당장의 제도 문제가 아니라 긴 역사 전통 속에 놓인 구조"라고 진단했다. 고려 국자감과 조선 성균관, 과거제를 거치며 학문이 국가 운영의 핵심이자 입신양명의 통로로 자리 잡았고, 조선 후기 실학의 확장과 신분 상승 경쟁 속에서 서당·향교·서원이 퍼지며 교육열의 토대가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취임 1년을 맞은 정 교육감은 가장 큰 성과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속에서 교육현장을 안전하게 지켜낸 일을 꼽는다. 서울시교육청은 비상계엄을 계기로 민주시민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일념 아래 '가치-지식-역량-참여' 체계를 바탕으로 헌법·인권 기반의 토론 수업과 팩트체크 교육, 참여형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의 학생은 물론 부모 세대조차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통일교육 역시 '통일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체험·프로젝트·토론 중심의 평화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이 서울시교육감으로 1년을 보내며 가장 어두웠던 순간은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보고받을 때다. 그는 학생 마음건강 악화에 대해 전문상담 인력 확충, 사회정서교육 도입, 위기지원·응급지원 체계를 통해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음은 뉴스핌과 정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조선시대 성균관처럼 국가가 교육기관을 운영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교육에 관심이 컸다. 우리 교육의 역사적 특징이 뭐라고 보나?

▲교육은 당장의 제도 문제가 아니라 긴 역사 전통 속에 있었다. 고려 성종 때 국자감이 만들어지고, 충선왕 때 성균관으로 격상되며 국가 최고 교육기관의 틀이 잡혔다. 고려 광종 때 과거제가 도입되며 인재 선발 기준이 제도화됐고, 학문은 입신양명의 수단이 됐다. 조선 후기 실학이 등장해 공부의 목적이 현실 문제 해결로 넓어졌지만 신분 상승 경쟁도 강해졌다. 서당·향교·서원이 퍼졌고, 근대엔 국가·왕실·선교사가 근대식 학교를 세우며 배움의 열망이 커졌다.

-외세 영향이 컸던 근현대사와 교육제도는 어떻게 연결됐나?

▲근현대 교육은 내·외부 영향을 함께 받았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총독부의 식민지 교육이 있었고, 교육으로 민족 정체성을 지키며 실력 양성으로 독립의 힘을 기르려는 흐름도 있었다. 선교사들이 사립학교를 세운 것도 한 축이었다. 이런 경험이 광복 이후 교육의 토대가 됐다. 대한제국 말기 관학이 싹트고, 선교사들이 사립학교를 세우며 국공립·사립 병존 구조가 형성됐다. 해방 뒤 미군정기엔 6·3·3 학제가 도입돼 민주주의 교육의 틀이 잡혔고 문맹 퇴치 운동도 전개됐다. 교육은 국가 수립과 근대화·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했나?

▲산업화 시기엔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지며 암기·주입식 교육이 강해졌다. 발전주의 교육과 가족주의적 생존 전략이 자리 잡으며 오늘의 과제가 그때 뿌리를 내렸다. 동시에 학생들은 민주 시민 의식을 키웠고, 4·19와 1970~80년대 학생운동도 그 연장선이었다. 이제는 창의성과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열'은 왜 이렇게 과열됐나?

▲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사회·경제·문화·정치가 얽힌 구조적 현상이라고 봤다. 과거제 이후 학문은 신분 상승의 길이었고, 자녀 성공을 요구하는 문화와 가문 경쟁이 누적됐다. 학력은 직업·소득을 좌우했고, 명문대 진학은 생존 전략이 됐다. 비교·체면 풍토, 잦은 대입 개편이 불안을 키웠고, 로스쿨·의대 이슈 같은 서열화 요인도 영향을 줬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입시 지원, 맞춤형 진로·진학 상담, 마음건강 증진으로 경쟁을 완화하려 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스핌TV]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스핌TV]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시민교육 중요성이 다시 떠올랐고, 정부 국정과제로도 확정됐다. 아이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려면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그 사태 이후 학교의 역할은 필수라고 봤다. '가치-지식-역량-참여'로 민주시민교육을 일상에 뿌리내리려 한다. 가치는 헌법·인권·표현의 자유·민주 절차를 교실 규칙으로 세우고, 보이텔스바흐 원칙을 참고해 공존형 토론을 운영한다. 지식은 팩트와 허위를 가르는 힘이라 보고 팩트체크 수업을 강화한다. 역량은 비판적 사고·논거 구성·경청·합의 형성을 교재와 연수로 키우고, 참여는 직접 토론·참여하며 입장을 바꿔보는 경험을 쌓게 한다. 범정부적으로는 국무총리실 주도의 위원회와 노동·미디어·디지털 참여 영역 통합 지원도 제안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하반기부터 '헌법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 중이다. 헌법교육이 민주적 학교문화와 민주시민 양성에 어떤 도움이 되나?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으며 헌법교육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살아 있는 헌법교육'으로 조항 암기가 아니라 생활 속 체득으로 가게 한다. 헌법재판소와 협약한 교원 연수, 헌법재판 사례의 수업 적용을 확대했다. 학생 법률교육도 늘려 생활 주제를 다루게 하고, 전문가 특강으로 현장성을 높이려 한다.

-민주시민교육과 함께 통일교육도 과제다. 요즘 학생들은 6·25를 겪지 않았고 통일 필요성도 크게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교육청이 구상한 통일교육 방향은 뭔가?

▲'통일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과거 주입식이 아니라 현재·미래 중심의 창의적·공감적 평화교육으로 바꾸려 한다. 현장체험과 프로젝트 수업으로 직접 탐구·실천하게 하고, 북한이탈주민 강사·AI/VR·가상 편지쓰기 등으로 공감과 이해를 키운다. 토의·토론 수업과 문화·예술 연계로 통일을 다층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목표는 흡수 통일이 아니라 공존·교류 속 점진 통일을 고민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세계시민을 기르는 데 있다.

-최근 학생 마음건강 악화가 심각하다. 최근 몇 년간 극단적 선택 사례도 늘었다. 서울 교육, 더 나아가 우리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나?

▲학생 자살 보고서를 받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 마음건강을 최우선 과제로 두되,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40대 극단적 선택이 많다는 통계도 있고 그 세대가 학부모라서, 전 세대의 마음건강이 학생과 직결된다고 봤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마음 건강도 굉장히 중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지향하는 미래를 여는 협력 교육도 이런 철학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문상담 인력 확충, 사회정서교육 도입, 위기지원단 운영, 24시간 콜센터·응급지원 체계를 추진하 교원 동행상담, 전문진료 연계, 학부모 소통 자료도 마련했다.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아이도 안전하고 교사도 전념할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jane9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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