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3.8 °
헤럴드경제 언론사 이미지

[사설] ‘좋은 일자리’ 말라가는데 신기술은 58만명 부족

헤럴드경제
원문보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일자리가 사상 최대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인공지능(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는 향후 4년간 58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쪽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다른 쪽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산업 전환의 속도가 나지 않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일자리는 2671만개로 전년 대비 6만개(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그중 대기업 일자리는 443만개로 1년 새 8만개가 사라졌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다. 과거 공채 중심이던 채용 구조가 검증된 경력직만 뽑는 수시채용으로 바뀌면서 채용 문이 좁아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경기 불확실성, 건설업 부진, 금융권 비대면 전환도 한몫했다. 인력난을 겪어온 중소기업 일자리마저 1만개 감소한 것 역시 심상치 않다.

고용의 질을 보면 더욱 우려스럽다. 20대 일자리는 15만개 줄어 2년 연속 감소했고, 국가 경제의 허리인 40대 일자리는 무려 17만개가 사라졌다. 특히 40대 남성 일자리는 11만개 감소해 모든 연령·성별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청년층은 신규 채용 축소로 기회가 좁아졌고, 40대는 경기 민감 업종 비중이 높아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복지·돌봄 성격의 60대와 70세 이상 일자리는 각각 15만개씩 늘었다. 생산성이 낮고 재정으로 만들어낸 일자리만 증가한 셈이다.

그런데도 다른 한쪽에선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AI·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서 2029년까지 최소 58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투자와 채용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한국은 인재 공급 기반이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 자연계 상위권의 의대 쏠림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시 기준 자연계 상위 1%의 76.9%가 의대를 선택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도 최근 3년간 의·치대 진학을 위해 182명이 자퇴했다. 매년 수백만명의 이공계 졸업자를 배출하고, 이공계 박사만 5만명 이상 쏟아내는 중국과 대비된다.

지금 한국은 산업 전환기를 맞고 있다. AI 시대에 고용 구조가 급변하는데, 교육·정책·제도는 못 따라가고 있다. 이대로면 고용 미스매칭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고용정책을 내놓고, 기업도 대학과 연계를 강화해 필요한 인력을 직접 키워내야 한다. 이공계 인재가 충분히 보상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 구조를 만드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박나래 갑질 논란
    박나래 갑질 논란
  2. 2우리은행 김단비
    우리은행 김단비
  3. 3홍명보 감독 베이스캠프
    홍명보 감독 베이스캠프
  4. 4정승기 월드컵 메달
    정승기 월드컵 메달
  5. 5대한항공 연승 저지
    대한항공 연승 저지

헤럴드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