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바리·통로 부재로 기본 공정 자체가 붕괴”
지자체 점검 허술, 출입 단계부터 안전 문제
지자체 점검 허술, 출입 단계부터 안전 문제
광주대표도서관 신축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12일 매몰자 동생 고대성씨가 현장의 안전관리를 지적하고 있다. |
광주 대표도서관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70세 철근공이 매몰된 가운데 가족이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며 현장의 구조적 안전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12일 사고 발생 현장에서 만난 고대성씨(68)는 매몰된 작업자의 동생이다. 같은 업종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그는 공사장 상태를 확인한 뒤 “이 현장은 제대로 된 건설 현장이 아니라 사람을 잡는 ‘덫’에 가깝다”고 말했다.
고 씨는 사고 원인을 ‘총체적 부실’로 규정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공사라면 안전관리 담당자가 상주하고 광주시가 월 단위로 안전 점검을 실시해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런 관리 체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 씨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정도가 아니라 “전혀 구축되지 않은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출입자 안전장비 확인, 동선 통제, 안전통로 설치 등 기본 절차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누구나 안전장비 없이 현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유족들과 전문가들은 붕괴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시스템동바리 미설치를 지목했다. 시스템동바리는 콘크리트 타설 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물로, 설계와 계획서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고 씨는 “a·b구간으로 나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시스템동바리가 설치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다”며 “설계도와 공사계획서만 그대로 따라갔어도 이런 사고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사계획서만 봐도 어디에 어떤 지지 구조물을 설치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을 것”이라며 “그 기본 조차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공사’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씨는 매몰된 형이 40년 가까이 철근 작업에 종사해온 베테랑이었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형은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던 사람이었고, 큰 사고를 낸 적도 없었다”며 “이번 사고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현장 자체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사고 당시 형이 철근 작업을 위해 지하·2층 부근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철근공이 구조물 붕괴로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장에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고 씨에 따르면 해당 공사 현장은 과거에도 안전사고로 잠시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공사 재개 후에도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현장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씨는 “형에게도 ‘항상 급하게만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중단됐던 이유를 보완하고 다시 시작했어야 했지만,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현장에서 절단된 H빔을 직접 가리키며 “볼트 체결 불량 또는 용접 불량 외에는 저런 형태의 파단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구조적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만약 개관 후 시민이 이용하는 상황에서 구조물이 무너졌다면 훨씬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을 때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상상해 보라”며 “지금 일어난 사고가 오히려 다행일 정도로 위험한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고 씨는 반복적으로 “이곳은 덫이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가 말하는 ‘덫’은 안전보다 공정 속도가 우선되는 현장 관행, 점검 기능 부재, 시공사·발주처의 무책임이 결합한 구조적 문제를 뜻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현장의 위험 요소를 끝까지 파헤쳐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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