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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불법 빼고 다해준다" 사람 살린 AI 비서 '똑비' 만든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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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사람을 결합해 "자식보다 낫다"는 이색 서비스 개발
"임영웅 티켓도 예매" 호텔, 항공권 예약부터 장보기, 택시 호출도 가능

방대한 자료 분석과 검색 등은 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인간 특유의 감성이 가미된 세심한 배려는 아직까지 AI가 사람을 따라오지 못한다. 이 두 가지 장점을 결합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함동수(32) 토끼와두꺼비 대표는 이 같은 생각을 토대로 신개념의 AI 비서 서비스 '똑비'를 내놓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토끼와두꺼비 사무실에서 함 대표를 만나 이색 AI 서비스에 대해 들어 봤다.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AI 비서 서비스 '똑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끼와두꺼비 제공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AI 비서 서비스 '똑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끼와두꺼비 제공


'자식보다 나은 서비스를 만들자'


여직원들이 소주회사 같다며 싫어한 특이한 사명에 대해 물어봤다. "고객들에게 토끼 같은 딸과 두꺼비 같은 아들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한마디로 자식 같은 역할을 하는 서비스죠."

2022년 설립된 이 업체는 50, 60대 장년층을 대상으로 AI가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똑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퇴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대상이죠. 이들은 유튜브나 카카오톡, 전자상거래 서비스 등을 사용해 디지털에 거부감이 별로 없어요."

똑비는 똑똑한 비서의 줄임말이다. 이름 그대로 AI가 비서처럼 시키는 일을 대부분 처리한다. 회원 가입 후 서비스에 접속하면 장년층이 사용하기 좋게 메신저 대화창처럼 만든 화면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문구가 뜬다. "마치 자식들에게 말하듯 대화창에 궁금한 내용을 문자나 음성으로 입력하면 돼요."

똑비가 해주는 일은 검색, 추천, 구매 및 예약 대행 등 크게 4가지다. 또 외로울 때 말벗도 해준다. 함 대표는 "불법 빼고는 대부분 해준다"고 말하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책임질 수 없는 투자 관련 조언을 하지 않아요. 더러 회사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하는데, 업무를 대신 해주지 않아요. 유흥업소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도 들어주지 않아요."


추천 서비스는 식당이나 여행지, 상품 추천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로봇청소기에 대해 물으면 비싸며 다양한 성능을 지닌 제품, 가성비가 좋은 제품 등 3가지 정도 추천해요. 이를 보고 이용자가 원하면 대신 제품 구매까지 해주죠."

토끼와두꺼비에서 만든 AI 비서 서비스 '똑비'의 이용 화면. 토끼와두꺼비 제공

토끼와두꺼비에서 만든 AI 비서 서비스 '똑비'의 이용 화면. 토끼와두꺼비 제공


기존 AI가 하지 못하는 물건도 대신 사준다


구매 대행은 아직까지 다른 AI가 하지 못하는 기능이다. 오픈AI가 자체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에 쇼핑 서비스를 연결했지만 제휴 맺은 곳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똑비는 쿠팡, 네이버쇼핑 등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뒤져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대신 주문해 준다. 심지어 아마존 등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도 가능하다.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입력해 놓으면 대신 주문해 줘요. 주문 후 카드 번호와 주소 폐기를 요청하면 바로 삭제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비결은 AI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다. "AI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전문 상담원이 대신 넘겨 받아 처리해요. 구매 대행과 예약은 대부분 상담원이 하죠."


한마디로 똑비는 AI와 사람이 결합된 서비스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을 요청하면 상담원 대화창으로 연결되는 버튼이 나온다. 이를 누르면 상담원이 대화 내용을 넘겨 받아 요청 사항을 처리해준다.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친절한 응대 방법을 배운 비서학과 출신의 전문 상담원 2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요청이 몰리면 함 대표도 직접 상담원으로 투입된다. "인하공전 비서학과 교수들이 고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전문 상담원을 추천해줬어요."

사람의 목숨을 구하다


똑비는 여행 일정도 구성해 주고 항공권과 호텔 예약까지 해준다. 신청자가 너무 많이 몰려 표 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공연 표 예약도 대신한다. "여행이나 출장을 위한 항공권과 숙소 예약 요청이 제일 많아요. 임영웅 공연표 예매 부탁도 여러 번 받았어요. 무조건 사줄 수는 없고 시도해서 성공하면 알려주죠."


함 대표는 "똑비가 자식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유료 이용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똑비에게 장을 봐달라거나 택시를 불러달라는 등 다양한 일을 요청해요. 오히려 자식들에게는 이렇게 시키기 힘들죠."

심지어 사람도 살렸다. "똑비가 열심히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여행을 고집한 이용자가 있어요. 할 수 없이 숙소와 항공권을 예약해 줬는데, 지난 5월 여행 중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국지전이 벌어졌어요. 위급 상황에서 해당 이용자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는 긴급 연락을 받았어요. 전 직원이 달라 붙어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어렵게 우회 탈출로와 교통편을 확보해 무사히 빠져나올수 있도록 지원했죠."

이런 일 때문에 상담사들은 밤이나 주말에도 교대로 재택 근무를 하며 비상 대기한다. 그래서 기본 서비스는 무료이지만 상담사를 이용하려면 월 9,900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는 AI 비서 서비스인 '똑비'를 은퇴 후 편안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동반자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토끼와두꺼비 제공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는 AI 비서 서비스인 '똑비'를 은퇴 후 편안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동반자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토끼와두꺼비 제공


경험이 만든 서비스


똑비는 함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 나왔다. "어머니가 필요한 식재료 등을 전자상거래로 주문하라고 시키시는데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를 대신할 만한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죠. 실제로 어머니는 TV홈쇼핑을 보시다가 같은 상품을 앱으로 주문하면 5% 저렴한 것을 아시고, TV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똑비에게 보낸 뒤 사진 속 상품을 앱으로 주문해 달라고 시켜요. 덕분에 똑비가 효자 소리를 듣죠."

똑비에 들어간 AI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활용했다. "제미나이의 연결프로그램(API)을 가져다 써요. 여기에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연결해 개인정보 등을 거르죠. 따라서 휴대폰,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제미나이로 넘어가지 않아요."

수익은 유료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를 통해 얻는다. 항공권이나 여행상품 등을 예약하면 여행사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최근 이용자들의 자료가 쌓이면서 장년층이 좋아할만한 여행상품을 자체 기획해요. 이를 마이리얼트립과 제휴해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죠. 골프치기 좋은 일본 가고시마 한 달 살기 상품 등을 이렇게 기획했는데 올해 예약 물량 전체가 5월에 이미 매진됐어요."

최근에는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보험 가입자들에게 똑비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똑비 이용료를 보험사가 대신 내는 기업간거래(B2B) 상품이죠. 메트라이프와 삼성화재 등 보험사들과 계약을 맺고 서비스 중이죠."

현재 똑비 이용자는 누적으로 3만5,000명이다. 모두 유료 회원들이다. "올해 회원 가입 목표는 5만 명입니다. 내년에는 두 배로 늘려야죠."

11명이 일하는 이 업체는 올해 대폭 성장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봐요." 아직은 투자 단계여서 영업이익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

투자는 누적으로 10억 원을 받았다. "매쉬업엔젤스, 본엔젤스, 스마일게이트, 다성벤처스 등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내년에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죠."

AIP 서비스를 지향


함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에서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은 동생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동생이 스포츠 관련 스타트업 워프코퍼레이션을 만든 함정수 대표다. "원래 연구원으로 일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공부해 보니 답답했어요. 반면 동생이 스타트업을 만들어 일하는 것을 보니 지속 가능해 보였죠.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어요. 처음에는 노년층 자료를 토대로 사업 기회를 찾는 아몬드에이지랩을 만들었는데 연구 자료만으로 노년층을 파악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금의 사업으로 전환했어요."

앞으로 그는 똑비를 장년층의 은퇴 이후 삶을 도와주는 서비스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똑비에 가입하면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청사진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 살아온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AIP) 서비스를 만들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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