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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성락, 中 서해 구조물에 "남중국해 같은 대립의 바다 아닌 평화의 바다 돼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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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 전작권 조속한 전환 위해 필요"
'핵 없는 한반도' '한반도 비핵화' 연결된 개념
"내주 방미 통해 원자력협정 개정 동력 만들 것"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내부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내부 접견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6개월간 최대 성과를 거둔 분야로 외교·안보를 꼽는 이들이 많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미국의 관세 압박이라는 열악한 국제 환경 속에 한미 통상·안보 협상 타결을 통한 한미 동맹 강화,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의 성과를 거두면서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선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의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 다만 지속적 유화 제스처에도 일절 반응이 없는 대북 문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정부 내에서도 대북 접근 방식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구상과 해법을 들었다.

-내년 목표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꼽았다. 로드맵이 있다면.

"북한이란 독특한 상대에 로드맵을 갖고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큰 틀의 접근 프레임은 있는데, 바로 이 대통령의 '엔드(END) 이니셔티브'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핵 개발을 우선 중단시키고, 이후 축소·폐기한다는 방식이다. 아울러 한미 공조를 통해 남북 대화를 복원하고 비핵화·평화를 추동하는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접근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가장 먼저 취할 조치가 있나.

"극적 조치를 취하기 보다 (대북) 억지력을 큰 틀에서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실용적 접근에 나서려고 한다. 현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할 수있는 방안이 있다면 한국과 미국 중 누가 먼저 북한과 대화에 나설지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북미 접촉부터 추진한 뒤 이를 추진력 삼아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를 위한 한미 공조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 일각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다.

"연합훈련은 양국 간 대비 태세 차원에서 필요하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준비 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 대통령도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그 말씀의 맥락을 복기하면 '한미가 그런 조치에 대해 서로 공감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지금은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안에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제적 맥락 속에서 공조하며 움직여야 효과가 있다. 그냥 혼자서 (한미 훈련 축소) 제안을 던져 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 북한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닌가.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대한 관심도 거의 적지 않았다. (미국과 분쟁 중인) 베네수엘라 얘기도 없다. NSS 작성 방식이 바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을 표명한 만큼 북한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본다."


-북미 대화로 자칫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모든 일에는 기대할 수 있는 바와 우려해야 할 바가 있고 우리로서는 양 측면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평상시 한미 간 조율과 협의가 중요하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면 (북미 대화 과정에) 우리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한미 간 조율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제약을 받는 문제로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한미 간 조율을 통해 우리도 미국에 영향을 주는 점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식에서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 비핵화'보다 후퇴한 개념인가.

"핵 없는 한반도는 미래의 어떤 상태를 말하고, 비핵화는 그 상태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두 개념은 대체재가 아닌 연결된 개념이다. 우리 정부의 비핵화 목표는 유효하고, 미국도 일관되게 북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에 불참했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선택인데.

"남북 관계는 비핵화, 인권, 경제협력, 인도적 지원 등 여러 측면이 있다. 관계 개선을 위해 그 모든 걸 하나의 기준으로 정렬할 필요는 없다.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우리가 꼭 해야 할 인권 문제 등은 국제사회와 같이 움직일 수 있다. 대북 억지력 유지도 마찬가지다. 안보는 안보대로, 인권은 인권대로, 긴장 완화는 긴장 완화대로 접근해야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동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건 억지력과 안보에 모든 것을 투입하는 접근이다. 우리 정부 방식은 아니다. 만약 나토와 유사한 기구를 결성한다면 상대는 더욱 결집해 대립선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공고화 하고 그 기초 위에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원만히 가져가고, 억지력과 함께 외교적 노력도 배합해서 한반도와 주변 상황을 관리해 비핵화와 평화를 꾸려가겠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내주 미국을 방문한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여러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실무 논의는 시작됐지만, 이를 원활히 하려면 고위급에서 추가 동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비롯해 한미 간 여러 현안 논의를 위한 고위급 대화를 할 것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구체적 성과는 언제쯤 나오나.

"시간표를 말하기 쉽지 않다. 정상 간 중요한 진전이 있었지만, 부처 차원에서는 여러 다른 뉘앙스가 있을 수 있다. 더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이 한국의 핵 비확산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일은 절대로 생겨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최근 자체 핵무장 가능성에 철저히 선을 그은 발언을 한 이유다."


-핵 추진 잠수함은 전망이 어떤가.

"최대한 빨리 진전을 보려고 한다. 법적·제도적 절차를 밟아야 하고 기술적 진전도 필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업들은 나름대로 진행하면서 미국과 논의를 병행하겠다."

-향후 한중 정상회담에선 어떤 의제들이 다뤄질까.

"양자 관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 그리고 동북아 지역 경제 협력 등이다."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2018년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 '선란1호' 사진.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2018년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 '선란1호' 사진.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중국의 서해 구조물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사용한 내해(內海)화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문제도 한중 간 협의되고 있다. 서해는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달리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 서해를 맞대고 있는 건 한국과 중국, 북한밖에 없다. 한중이 잘 협의해서 서해를 대립과 경쟁의 폐쇄된 바다가 아닌, 열려 있는 평화롭고 공영하는 바다가 돼야 한다는 개념을 갖고 접근하려 한다."

-그래도 서해 구조물이란 실체는 남는다.

"중국과 협의해서 대처하겠다. 경계선 확정과 어업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중일 갈등 속에 한국이 중재자 역할에 나설 수 있나.

"우리는 일본,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한중일 3자 협력본부가 위치한 곳으로 한중일 협력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중일 갈등은 대만 문제로 불거졌다. 미국이 한국에도 '대만 유사시 개입'을 요청하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국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최근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했다.

"의회에서 나온 발언인데, (역대 일본 총리 발언에 비춰) 새로운 것은 아니고 발언 수위도 특별하지 않다. 우리도 이러한 경우에 하는 대응을 했다."

-미국의 자유무역 체제 이탈의 대안으로 한국이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PTPP 가입을 추진 중이다. 관련 부서가 준비하고 있다. 한미 간 통상협력도 그것대로 이어갈 것이다."

-지난 6개월 간 외교 안보 성과를 꼽는다면.

"이재명 정부 초반에 '반일이다, 반미다, 북한과 중국에 유화적이다'라는 편견이 많았다. 이런 편견 속에서 한미 관세 협상 등 정권의 향배를 가를 만큼 무게 있는 이슈들을 헤쳐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으로) 국제 사회에서 거의 주변부로 밀려난 상황에서 국제 사회로 복귀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는 한반도 문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며 도약할 때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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