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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첫 ‘후발지진주의보’… 대피 복장으로 잠자는 주민들[횡설수설/장원재]

동아일보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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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술로 불가능하며 가까운 미래에도 힘들다.” 지진 예측에 대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공식 입장이다. 할 수 있는 건 과거 사례 등을 토대로 ‘30년 내 대지진 발생 확률 80%’ 같은 장기 전망을 내놓는 정도다. 일본 정부가 9일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에 처음으로 발령한 ‘후발지진 주의보’ 역시 규모 7.0 이상 지진 발생 지역에서 일주일 내 규모 8.0 이상 지진 발생 확률이 1%라는 경험치에서 비롯됐다. ‘겨우 1%’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지역의 평소 대지진 발생 확률(0.1%)과 비교하면 10배나 된다.

▷매년 2000건 안팎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은 전국에 1000곳 이상의 지진관측소를 운영하며 지진파가 관측되는 즉시 속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대피 시간은 고작 몇 초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2022년 ‘후발지진 주의보’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첫 지진보다 규모가 작은 여진과 반대로 후발지진은 규모가 더 크다. 발생할 경우 한 번 흔들린 지역이 더 크게 흔들리면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은 언제든 대피할 태세로 지내 달라는 취지다.

▷8일 밤 규모 7.5 지진이 발생한 일본 아오모리현 앞바다는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만나는 경계에 있어 역사적으로 대지진이 반복됐다. 가장 최근에는 2만2000여 명이 희생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에도 규모 7.3의 예진이 발생하고 이틀 후 규모 9.0의 본진이 닥쳤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일본 언론에서 과도할 정도로 주의를 촉구하는 건 14년 전의 생생한 경험 때문이다. 당시 지진 발생 후 쓰나미가 해안에 도달하는 데 10∼20분밖에 걸리지 않아 미처 가족을 데리고 피하지 못한 희생자가 많았다.

▷후발지진 주의보가 발령된 홋카이도·산리쿠 지역에는 불안과 일상이 공존하는 중이다. 주민들은 대피 복장으로 신발과 비상용품 가방을 머리맡에 둔 채 잠을 청한다. 마트에는 생수와 손전등, 통조림 등을 사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등교한 학생들은 금이 간 창문에 테이프를 붙인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이 지역에선 2년에 1번꼴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모든 사회 시스템을 멈출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홋카이도·산리쿠 지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00만 명에 달했다. 만에 하나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또 일본 정부는 오사카 인근에서 난카이 대지진이 30년 내 발생할 확률을 60∼90%, 도쿄 등 수도권에서 직하형 지진이 30년 내 발생할 확률을 70%로 추정한다. 일본 여행 전 지진 대피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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