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무슨 팡, 처벌 두렵지 않은 것”…생중계에서 쿠팡 직격 [영상]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기지 않았냐.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다. 합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워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고객 3천여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건을 언급하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정부 최초로 전 과정이 생중계됐는데, 보고 첫날인데다 이 대통령이 매서운 질문 세례를 퍼부은 탓에 현장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중에도 “야간 노동자 건강권 이야기는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며 대응 방안을 상세히 물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기획재정부·국가데이터처·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 및 산하기관으로부터 2025년 평가 및 향후 업무 추진 방향을 보고받았다. 이전 부처 업무보고는 통상 신년에 진행됐는데, 이번 보고는 연말로 일정을 앞당겼다. 대통령실은 “정부 출범 6개월에 시기를 맞추려 했다”며 “덕분에 부처들도 보고 뒤 1월1일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업무보고를 받는다니까 스트레스 받는다는 분이 많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냐”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보고 뒤 피드백 중 “이 장면을 볼 국민 중에선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가 뭔가’ 싶은 분도 있겠다”며 이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번 업무보고 생방송 결정은 국정운영 방향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보고는 부처가 10여분간 내용을 보고한 뒤 토의하는 방식으로 계획됐지만, 실제로는 이 대통령이 보고 중간중간 의문이 드는 부분을 각 기관장에게 질문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의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예산·인력 등 실무 상황을 꼼꼼하게 따지고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하거나, 기존 지시사항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산하기관의 보고도 빠짐없이 살피며 칭찬과 질책을 이어갔는데, 특히 관세청·국세청·조달청 등 기재부 산하기관들에 유독 매서웠다. 이명구 관세청장에게는 마약 단속을 위한 특별수송 우편 검색에 추가 인력이 투입되었는지 물으며 “이야기한 지 몇달이 됐는데 아직도 인력 보강이 안 됐냐”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모든 기재부 산하기관장에게 질문을 던진 이 대통령은 보고 내용에 특이 사항이 없었던 김일권 한국원산지정보원장에게는 “입법고시 출신인데 어떻게 원산지정보원장을 맡게 되었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고향에 왔는데 한 말씀 하시죠”라며 “훈식이 형, (세종에) 땅 산 거 아니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훈식이 형’은 최근 인사청탁 문자메시지에 등장하는 호칭으로, ‘땅 샀다’는 강 비서실장이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의 발언을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강 비서실장의 충남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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