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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박원순 어게인'으로 선거 이길까

매일경제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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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용 부동산부장

이지용 부동산부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이 도시는 멈춤을 미덕으로 여겼다. 뉴타운 해제를 도시계획 대전환이라 불렀지만 수십만 가구에 달하는 잠재적 주택 공급을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재건축에서는 '한 동 남기기'라는 감성적 의례가 일어났다. 도심에서는 을지면옥 냉면 맛을 비롯해 벽화와 골목길을 보존한다는 명분 아래 산업·주거·문화의 층위가 모두 봉인됐다. 도시의 동력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박 전 시장 유산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 의제로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 또 정쟁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고, 여권의 잠재적 시장 후보들은 '즉각 멈추라' 요구한다. 예측 불가능성을 견디지 못한 민간투자자는 토지 전량 매각을 선언했고, 사업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 언설을 보면 박원순 모델을 계승할 태세 같다. 도심개발을 겨냥해 "근시안적 단견" "민간 사업자만 배불린다" 등 박 전 시장이 을지면옥을 지키고자 나섰을 때의 호들갑이 반복된다. 이 방식이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 초래한 결과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박원순 시대의 보존주의는 도시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었다. 을지로 골목을 지키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정작 그 지역 숙련노동과 제조업은 빠르게 해체됐다. 얼마 전 인근 지역으로 옮겨간 을지면옥을 찾아가 봤더니 더 깨끗한 빌딩에서 손님은 더 늘고 육수와 손맛도 여전했다. 골목의 생명력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달려 있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세운4구역 논란은 그 후과를 답습하고 있다. 정부와 여권은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경관이 숨막힌다'는 공포를 소구한다. 회사서 멀지 않은 종묘를 종종 찾는 편이다. 방문객 십중팔구가 종묘 입구 앞에서 세운4구역 반대편인 북측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빌딩이 들어서도 카메라에 담길 일은 그다지 없다.

경관을 즐기는 방법도 입장 후 탁 트인 북쪽으로 산책하며 북악산과 내부 경관을 즐기는 게 보통이다. 을지면옥 냉면 맛이 건물 위치가 아닌 고객 미각에 달려 있듯, 종묘의 미감도 주변 건물 높낮이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그 장소를 경험하는 이용자의 시선에 의해 완성된다.


종묘 맞은편 종로·청계천 일대를 수직적으로 재편할 경우, 서울 시민에게는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선물된다. 세계유산 종묘를 즐기고 나온 관광객들의 문화적 경험을 남산까지 이어줄 수 있다. 반대로 고도를 낮춘다면 박원순 시절 계획대로 종묘광장부터 남산까지 낮고 두툼한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다. 녹색 숲의 회랑 대신 콘트리트 회색벽을 마주하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의 서울은 박원순 시절의 서울이 아니다. 인구는 줄고, 주거 수요는 편중되고, 산업은 AI·바이오·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적 전환기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기억에 숨는 편협한 보존이 아니라, 향후 100년을 설계하기 위한 보존과 도심 재구조화의 타협이다.

박원순식 보존주의가 의도는 선할지 몰라도 펑크 난 주택 공급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도심 산업지대를 어떤 방식으로 재배열할 것인지, 그 속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활용해 어떻게 서울을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지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묻는다. 민주당의 시장예비 후보들은 진짜 낡은 구도심을 획기적으로 바꿀 청사진과 공약도 없이 내년 선거를 치르려 하나. 벽화 그리기 감성에 다시 의지하려는 것인가. 이런 구시대 프레임의 반복이 아니라면 민주당의 서울 미래 밑그림은 무엇인가. 민주당이 스스로 묻지 않는다면 결국 서울 유권자들이 묻게 될 질문이 아닐까.

[이지용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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