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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스테이블코인 정말 양보했나…남은 불씨 세가지

이데일리 최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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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달 정부안 확정”이라는데
한은이 무엇을 얼마나 양보했나
법안 최종 처리 시점은 언제일까
코인 리스크 해소할 장치는 있나
“악마는 디테일에”…22일 시험대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여당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 기본법) 정부안을 이달 중에 확정하기로 하면서 입법 향배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무엇을 얼마나 양보할지, 법안 최종 처리 시점이 언제일지, 코인 리스크나 제도적 빈틈을 해소할 안전장치는 있는지 등을 남은 쟁점으로 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문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TF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은과 발행 주체 등 남은 몇개 쟁점이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내용의 금융위 보고를 받았다”며 조속한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참조 이데일리 12월11일자 <스테이블코인 정부안 이달 나온다…“조만간 발표”>)

민주당은 금융위와 한은이 이달 중에 쟁점을 최종적으로 해소한 뒤 내달 중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일정을 검토 중이다. 법안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은 “올해 12월 안에 이견을 좁히는 것을 끝내고, 내년 1월에 발의를 하고 국회에서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정대로 가면 이르면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와 한은 간 쟁점별로 이견이 커 절충점을 찾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1일 급물살 분위기로 바뀐 것은 대통령실과 집권여당 강력한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임기 1년도 안 된 새정부와 거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에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신속 마련’ 내용을 담고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기획재정부 퇴임 이후 코인 업계에 몸담았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원 사격’을 했다. 민주당은 잇단 토론회를 열고 속도감 있는 처리를 강조해왔다.

10일 정부안 제출이 불발되자 여당 내부에서는 한은 책임론이 제기되며 반발 기류가 불거졌다. 금융시장과 인공지능(AI)의 빠른 접목, 나스닥의 토큰거래 허용 추진, 스테이블코인을 속속 도입하는 미국 페이팔 등 해외 사례도 시급한 입법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이같은 직간접적 영향으로 금융위, 한은이 보다 속도감 있게 절충점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참조 이데일리 12월11일자 <“한은 기득권에 스테이블코인 막혀”…與, 한은에 직격탄>)


그러나 시장에서는 11일 민주당 발표를 뉴스로 접하고도 여전히 불안한 분위기다. 남아 있는 쟁점의 ‘불씨’가 있어 입법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김태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김태형 기자)


우선 금융위와 한은이 어떤 내용으로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핵심은 한은이 기존 입장에서 무엇을 얼마나 양보를 했는 지다. 이날 TF 회의에 참석한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와 한은의 두 가지 큰 쟁점은 발행 주체와 정책협의체 구성·운영”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금융 안정 등을 이유로 은행 지분이 51%를 넘는 컨소시엄만 발행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은행 지분 51% 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사업 구조에 따라 지분 비율이 유연하게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 과반 지분 규정이 도입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스타트업·핀테크 업체의 시장 진입이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협의체 구성·운영도 쟁점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금융위 초안은 스테이블코인 인가권을 금융위가 갖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은은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이 참여하고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하는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제 틀을 짤 때 한은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정책협의체 구성·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11일 민주당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위의 쟁점이 어떻게 타협을 봤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한은이 51% 룰을 완전 포기했는지 아니면 완화하기로 했는지, 협의체의 의결 방식이 만장일치에서 다수결 등으로 조정됐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쟁점이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금융위 보고만 있었을 뿐이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나 금융위 관계자들에게 ‘은행 지분 51% 룰’, ‘만장일치 협의체’ 쟁점이 어떻게 타결됐는지 질의를 하면 “이견이 좁혀졌다”, “한은이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취지의 답변만 반복됐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활성화 시킬 전향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으면 정부안이 공개돼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정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를 다 했고, 당의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지난 8월20일 만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정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에 관한) 전반적인 논의를 다 했고, 당의 생각과 대통령의 생각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고 말했다. 위 사진은 지난 8월20일 만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두번째 불씨는 법안 처리 시점이다. 내달 법안이 발의되고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다. ‘은행 지분 51% 룰’, ‘만장일치 협의체’ 등 정부안의 쟁점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점 역시도 불투명한 것이다. 앞서 여당이 10일까지 정부안 제출을 요구했지만 불발된 것처럼 연내 쟁점 타결, 내달 법안 발의 계획도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법안 처리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될수록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

법안 처리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1차 시험대는 오는 22일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는 이날 20여명의 자문위원들과 함께 회의를 연다. 이정문 의원은 “정부안이 나오면 22일 TF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안 윤곽이 나오지 않거나 진전된 사항이 없다면 연내 쟁점 타결, 내달 법안 발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번째 불씨는 코인 리스크를 해소할 안전장치는 있는 지다. 만약 한은이 대대적인 양보를 했고 정부·여당의 입법 속도전이 이뤄질 경우, 이에 따른 후유증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은 반드시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다. 통화량 증가나 금융안정성 위험 등 한은의 우려에도 경청할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노진영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 제도팀장은 지난달 10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관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우리가 모르는 부분의 통화량이 늘어날 수 있고 은행 예금, 대출 등 우리의 통화량이 줄어든다는 부분을 주의 깊게 봐야한다”라며 “모르는 부분의 유동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고민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그 부분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법 과정에서 한은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법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꼼꼼히 논의해 법에 잘 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현행 규제샌드박스의 ‘제도적 빈틈’을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에는 디지털자산 사업자나 전자금융업자를 금융회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생태계 전반을 살리려면 이번에 법안을 논의하면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실제 시장에서 시험해볼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유예해주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다.

디지털자산 전문가인 초이스뮤온오프 최화인 대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금융위와 한은 간에 쟁점이 선명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 정부안이 나올 때까지 시장에서 주시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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