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자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소폭 진정됐다. 다만 내년 미국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데다, 최근 고환율의 주요 원인이 금리차보단 수급에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미 연준이 1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한국(2.50%)과 기준금리 격차(상단 기준)도 1.5%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축소는 최근 원화 가치가 저평가된 상황에선 긍정적인 신호다.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가 한미 기준금리 격차기 때문이다. 원화 대비 달러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줄고, 원화 가치는 오르는 식이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2022년 역전된 뒤 지난 5월에는 역대 최대폭(2.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최근 다시 좁혀지는 추세다.
11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4.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 거래일 주간(낮)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5.9원 떨어졌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실질적인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외환 시장에 선반영된 데다, 내년도 미국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연준 위원 19명의 내년도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지난 9월과 동일한 3.4%(한 차례 추가 인하)였다. 하지만 연준 위원 간 분열은 커진 양상을 보였다. 9월에는 내년 금리 전망이 2.5~4% 사이에 몰려있었는데, 이번에는 2~4%로 범위가 넓어지고 분포도 퍼졌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투표권이 있는 12명 중 3명이 이견을 냈다.
3명의 이견은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여기에 내년 차기 유력 연준 의장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오르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위원 간 분열이 일어나면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어디에 가중치를 둬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불명확해진다”며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면 위험통화보다는 달러와 같은 안전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를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주요 원인이 한미 금리 격차보다는 수급 불균형에 있다는 점도 환율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외환당국은 최근 개인 투자자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 확대, 그리고 기업들의 달러 축적 등을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최근 환율 상승은)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고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화 가치 하락 추세도 환율에는 부정적이다. 원화는 엔화 흐름에 동조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40엔 초반 수준을 이어가다가 점점 올라 최근에는 150원 중후반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한은 한 고위 관계자는 “환율은 여러 요인에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요인이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향후 움직임은 수급이나 시장심리 등 중에서 어떤 요인이 더 우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지금 수준을 이어간다면 다음달 15일 열리는 내년 첫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11일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은 시장 예상과 부합했지만 연준 내부의 견해차 확대, 정책결정문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보다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의 금리인상과 EU(유럽연합)·호주 등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움직임, 주요국 재정건전성 우려,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 지속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벼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