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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52시간’ 빗장 푼 李 대통령···삼성·SK ‘남부행 티켓’ 청구서 던졌다 [갭 월드]

서울경제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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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19>
지주사 규제·금융리스 허용···수백조 투자 길 터
“전기료 혜택 받으려면 지방”···송전비례제 언급
팹리스 10배·상생 파운드리 4조 5000억 투입


정부가 반도체 초격차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대규모 투자를 가로막던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대신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공장의 지방 이전을 강력하게 유도하는 ‘빅딜’ 성격이 짙다. 기업들은 투자 숨통이 트였다는 점을 반기면서도 인력 확보가 어려운 남부권으로 내려가야 전기료 혜택을 받는 구조에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10일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거론됐다. 핵심은 기업이 절실히 원하던 자금 조달과 지배구조 규제는 풀고 그 과실을 지역 사회로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2047년까지 70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팹 10기를 신설하고 시스템반도체 산업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증손회사 지분율 100%→50%…투자 빗장 풀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에게 적용되는 가장 큰 변화는 자금 조달과 투자 방식의 유연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오랜 숙원이었던 지주회사 규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SK하이닉스)가 국내 계열사(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했다. 이 때문에 유망 소부장 기업이나 AI 스타트업 지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 신규 투자가 제한적이었다. 정부는 이를 첨단산업에 한해 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리스 회사 보유도 허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계열 리스사를 통해 빌려 쓸 수 있게 된다. 초기 설비투자 비용을 아껴 연구개발(R&D)에 더 쏟을 수 있는 구조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돈을 벌어 투자하려면 장비 세팅에만 3년이 걸려 골든타임을 놓친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했고 정부가 이에 화답한 셈이다. 정부의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도 업계에서 환영받았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기료 싸게 줄게 지방 가라”···균형발전 드라이브



규제 완화가 기업을 위한 당근이라면 ‘송전거리 비례요금제’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청구서다. 전기를 생산하는 곳에서 전기를 소비하면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력 생산지와 먼 수도권 반도체 공장은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우물을 넓게 파야 한다”며 “지산지소(지역 생산·지역 소비) 원칙에 따라 생산지 전기요금을 낮추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반도체 산단에서 일하는 R&D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를 인정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비수도권 클러스터 내 연구직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해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투자 지원도 원칙적으로 비수도권 기업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광주(패키징), 부산(전력반도체), 구미(소부장)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방에서 대규모 개발 시 기업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기료 절감과 부지 확보 편의성을 무기로 기업들의 ‘남하(南下)’를 재촉하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된 인력 시장 구조상 전기료 혜택, 52시간 규제 완화만으로 핵심 R&D 인력을 지방으로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팹리스 10배 육성···파운드리·소부장 ‘원팀’ 구성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생태계 체질 개선도 추진된다. 정부는 4조 5000억 원을 들여 12인치 40나노급 ‘상생 파운드리’를 구축한다. 팹리스(설계) 기업에 시제품 제작 기회를 제공해 대만의 TSMC 생태계처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AI 반도체 등에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반도체 대학원대학을 통해 연간 30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한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를 중심으로 국내 소부장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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