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살짝만 높아도 치매 위험 16% 증가

정상 혈압 범위보다 살짝 높은 이른바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최근 약간 높은 혈압도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유럽심장학회는 2024년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고혈압 전 단계(수축기 120~139mmHg 또는 이완기 80~89) 구간을 ‘상승 혈압’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에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상승 혈압과 치매 발생 관계를 분석했다. 2009년과 2010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약 280만명을 ▲정상 혈압 ▲상승 혈압 ▲고혈압 등 3그룹으로 나누고 평균 8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그룹별 치매 발생 위험도를 분석했다.

추적 기간 내 치매 12만1223건이 발생했는데, 76.6%가 알츠하이머병, 12.1%가 뇌혈관 동맥경화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였다. 정상 혈압 대비 상승 혈압 그룹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았는데,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도가 두드러졌다. 정상 혈압 대비 상승 혈압 그룹은 16%, 고혈압 그룹은 37% 더 높게 나타났다. 40~64세 중년층에서는 상승 혈압 그룹이 정상 혈압 그룹보다 치매 위험이 8.5% 높았고, 고혈압군은 33.8% 높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혈압 상승에 따른 치매 위험 증가가 더 뚜렷했다.

이민우 교수는 “상승 혈압 단계부터 적극적인 혈압 관리를 하고, 중년층과 여성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도 ‘치매 발생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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