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
강남에 가면 NC백화점이 있다. 그 전신인 뉴코아백화점 창업주는 김의철(사진)씨다. 사업이 잘나가던 시절에 우리나라의 금융제도가 전산화되고 봉급이 온라인으로 통장에 입금되기 시작했다. 이때가 한국 페미니즘의 한 고비였다. 이때부터 남편의 봉급이 투명화됐고, 부인이 봉급통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에는 남자가 가불의 형식으로 얼마 정도 빼돌리고, 봉급에 산정되지 않는 초과 수당이나 회의비가 비자금의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그런 과외 수당마저 모두 부인이 쥐고 있는 통장으로 들어가자 남자들은 경리처에 그 수입을 별도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런 하소연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90년대 뉴코아는 봉급의 온라인 지급을 거절하고 1원까지 봉투에 넣어 지급했다. 경리과도 못 할 짓이었고, 은행에서 전산 지급을 사정사정했지만 끝까지 월급을 현찰로 지급했다. 김의철씨의 논리에 따르면, 가장이 봉급을 타가지고 집에 돌아가 처자식을 앞에 놓고 “아비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 가족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가장의 권위가 서는 것이지, 경제권이 모두 아내에게 넘어가 아침이면 몇 푼씩 타서 쓰는 꼴을 자식들이 보면 아버지의 영이 서겠느냐는 것이다. 뉴코아는 무리하게 매장을 늘리다 IMF가 닥치자 결국 파산했다. 그러나 경영난에 빠지고서도 월급을 현찰로 지급했다. 그 방법만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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