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
찬 바람 부니 겨울 철새가 날아온다. 그중 두루미가 우아한 몸짓으로 예부터 사랑받아 왔다. 러시아·몽골·중국, 일본 홋카이도까지 넓은 지역에 서식하는 두루미는 겨울에 우리 서해안 갯벌과 철원·연천 등을 찾아온다. ‘고상할 각’과 ‘새 조’가 합해진 한자어 ‘학(鶴)’으로도 친숙한 두루미는 말 그대로 고상한 새다.
“뚜루루~뚜루루” 하고 울어 ‘두루미’라 불렀다 한다. 두루미는 가족 단위로 월동하며 부부애가 남다르다. 수컷이 목을 길게 빼고 선창하면 암컷도 따라 운다. 그 모습을 보고 부창부수(夫唱婦隨)하는 새라 여겼다.
키가 대략 140㎝에 날개를 편 길이가 240㎝인 큰 새로, 정수리가 붉어 단정학(丹頂鶴)이라 불린다. 새하얀 몸통과 날개 목 부분의 검은색 조화도 아름답다. 기품 있는 걸음에다 특히 구애하는 행위가 마치 춤추는 것 같아, 그 모습을 춤사위로 표현한 학춤이 전해진다.
두루미의 고고함을 선계에 빗대기도 하고 그 모습을 본떠 흰 바탕에 검은색을 둘러 지은 선비의 옷을 ‘학창의’라 했다. 조선 문관이 착용하는 관복 흉배에도 두루미 문양을 수놓았다. 천년학으로도 불리며 반백 년을 산다고 알려진 두루미는 십장생의 하나로 불로장생과 행운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여겨졌다.
특별한 것은 두루미가 조선 시대 최고의 반려동물이었다는데, 야생 두루미의 깃털을 잘라 날지 못하게 하고 키웠다 한다. 특히 황해도에서 구한 두루미가 최고 진상품으로 알려졌다. 왕실뿐만 아니라 선비들도 벗 삼길 원해 ‘울음소리는 맑은 것이 최고이고 긴 목에 다리가 가는 것이 좋다’는 품평 기록도 전해진다.
유난히 두루미를 사랑했던 선조들은 그림과 춤 등 유무형의 유산으로 길상과 풍류의 상징을 남겨 놓았고, 500원 동전에도 그 모습이 새겨졌다. 우리 오랜 삶 속에 흔적을 남긴 두루미는 천연기념물이 되어 여전히 고고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허락된 시간에 조용한 탐조의 길을 나서며, 두루미의 길한 기운을 받아 모두가 태평하기를 기원한다.
두루미 영상 QR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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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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