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어김없이 난이도 논란이 되풀이된다. 불수능→물수능→불수능 식의 징검다리 출제 경향은 마치 공식처럼 돼 버렸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다. 2026학년도 수능이 끝나고 불수능을 뛰어넘는 ‘마그마(용암) 영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3.11%(1만5154명)에 불과했다. 2018년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상위 4% 내에 들면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보다도 0.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수능 ‘전초전’으로 불리는 6월 영어 1등급 비율 19.1%와 견주면 기가 찰 일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입시학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10개 대학 인문계열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시지원 건수 기준 탈락 규모는 19만4238건으로 전년 대비 1만5281건(8.5%)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정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학부모는 온라인 ‘합격 예측 프로그램’ 구매에 수십만원을 쓰고도 안절부절못한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 컨설팅은 1시간에 40만~50만원이지만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어제 사임했다. 출제오류·성적표 유출 등 논란이 일면서 역대 평가원장 12명 중 9명이 중도사퇴했을 정도로 ‘잔혹사’가 이어진다. 이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수능 난이도 조절은 흔히 ‘신의 영역’이라고 한다. 변별력과 난이도 조절은 물과 불의 관계다. 그렇더라도 ‘불수능’이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에 불을 질렀고, 절대평가의 배신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사교육 의존도를 키울까 걱정스럽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관리와 교과서 검정을 주관하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고교학점제 지원 등 핵심적인 교육정책을 집행하는 공기관이다. 문제는 수능 관련 데이터나 통계를 독점하면서도 국무총리실 산하여서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도 정무위다. 사실상 통제 ‘사각지대’였다. 교육계에서 “입시를 다루는 기관은 교육부 산하로 바꾸고 국회도 교육위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출제 과정에 참여하는 학계·전문가들의 ‘교과 이기주의’를 해소할 개선책도 서둘러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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