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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차별 발언…안창호 인권위, 이대로면 사회적 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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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전 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을 앞둔 지난 8일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현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이 서울 중구 이태원특조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을 앞둔 지난 8일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현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이 서울 중구 이태원특조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안 위원장, 직원들에 ‘동성애자냐’
‘에이즈·동성애 관계있어’주장도

비상계엄 윤석열엔 ‘방어권’ 의결
이주노동자 사망·혐중 시위 뒷짐
“인권위원장도 국회 임명 동의 필요”

지난해 9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직후 인권위 접견실에 걸려 있던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라는 문구의 현판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교체됐다. 박진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은 안 위원장 취임 이틀 뒤 이 사실을 알았다. 교체는 이미 진행된 뒤였고 이유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세계 인권의날’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사진)을 서울 중구 이태원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어 사퇴한다”며 인권위를 떠났고 현재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박 전 총장은 “‘혐오와 차별’이라는 단어가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을 연상시켜서 바꾼 것인가”라며 “안 위원장이 생각하는 ‘사람이 사람답게’의 정체가 무엇인지, 혐오와 차별은 거기서 어디쯤에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에 따르면 안 위원장의 ‘차별 언행’은 취임하자마자 시작됐다. 그는 “안 위원장이 평직원, 과장급 직원에게 ‘동성애자냐’고 물어봤고 당황한 직원들이 내게 보고한 적 있다”며 “(안 위원장에게) ‘직원들을 위협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지만, 거듭 ‘동성애자냐’고 물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권위 노조는 지난 9월 안 위원장의 이런 ‘반인권 언행’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박 전 총장은 “안 위원장이 임기를 채운다면 인권위는 사회적 흉기가 될 것”이라며 “안 위원장이 임기 동안 ‘유사 인권’의 언어로 인권이 설 자리를 잃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안 위원장은 ‘동성애자가 에이즈 확산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하는 등 중립적인 척하는 언어로 인권의 언어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반인권 언어까지 ‘다양한 주장’으로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2년이 지나면, 인권위 직원 중에서도 ‘인권위 없는 인권위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며 “선례가 된 인권위 결정이 다시 인권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가 지난 2월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의결한 사건은 본궤도를 일탈한 인권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박 전 총장은 “비상계엄이라는 국민의 생명권, 안전권을 침해한 사건에 대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권력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한 것”이라며 “인권위는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맨몸으로 싸울 때 이를 지지하라고 있는 것이지, 권력자의 권리를 지키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최근 인권위가 ‘나서지 않는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사망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뚜안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서지 않았고, ‘혐중 시위’ 등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그는 “이태원참사 3주기 추모행사에도 안 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인권위가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인권위의 일탈을 막으려면 인권위원장 임명도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 위원장도 국회 동의 절차가 있었다면 위원장이 되지 못했을 수 있다”며 “극단적 인권위원장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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