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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에 특별히 없는 것, 사회서비스원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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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전은경 |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돌봄이 필요할 땐 사회서비스원~~~.” 요즘 출근길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씁쓸한 감정이 든다. 가사 그대로 ‘돌봄이 필요하면 시·도 사회서비스원으로 연락하라’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사회서비스원의 광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에는 사회서비스원이 없는데 어쩌라는 거지?”란 생각에 아침부터 괜히 투덜거리게 되는 노래이기도 하다.



서울시에는 사회서비스원이 없다. 코로나19 시기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던 확진자들을 돌보기 위해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이 돼 가면서까지 시민 돌봄의 책무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였지만, 지난해 4월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의요구도 하지 않은 채 이를 공포해 버렸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보조금법 위반 소지를 인지하고도 사실상 이를 방치했다. 그 결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폐원되면서 300여명 돌봄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되었고, 좋은 돌봄을 받던 시민들 역시 민간 돌봄에 맡겨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했던 김 선생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폐원되기까지 ‘우리가 공공 돌봄이다’란 대자보를 몸에 두르고 서울시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셨던 분이다. 선생님은 이제 더 이상 돌봄노동자가 아니라고 하셨다. 사람을 돌보는 일을 정말로 좋아하고, 보람도 크게 느끼셨던 분인데 지금은 청소노동자로 살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봄노동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있어요. 청소하는 일은 몸이 힘들긴 하지만 다른 스트레스는 없거든요. 그런데 돌봄노동은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었어요”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도 잠시, 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생애 전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돌봄의 문제를 돌봄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메꾸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서울시에도 돌봄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원이 다시 생기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게 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13살 아이를 민간 기관들이 모두 받아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받아준 곳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었다. 교통사고, 낙상사고, 뇌경색까지 겪은 분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천사’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돌봄을 받았던 시간을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지난 4년”이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공공 돌봄 기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사회서비스원을 시·도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이 서울에는 없어도 되겠는가. 공공 돌봄을 시행하는 이유는 민간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가 아니다. 꼭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시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돌봄이 필요할 때 서울 시민들도 사회서비스원으로 연락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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