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후’를 개발한 손남서(왼쪽부터) 책임연구원과 송영숙 기초한방연구팀장, 변석미 책임연구원, 진무현 피부발효한방연구팀장이 대전 장동의 화장품 연구소에서 제품 개발을 논의하며 웃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
올해로 10년이 된 LG생활건강 한방화장품 '후'가 2일 국내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홍콩의 고급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에 입점했다. LG생활건강이 무려 4년간 공을 들여 이뤄낸 결실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레인 크로포드에 입점한 것은 중국 여성들이 그만큼 이 브랜드를 좋아하기 때문. 중국 내에서 지난 2년간 30%씩 성장한 데 이어 지난 10월 1~7일 국경절 기간엔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하루에 1억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후'의 승승장구엔 '왕실'효과가 컸다. '후'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궁중왕실의 비방이 담긴 고서를 토대로 재료와 처방을 차별화했는데, 여기엔 한방연구팀 4인방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진무현 피부·발효 한방연구팀 팀장과 변석미 책임 연구원이 고서에서 소재를 발굴하고 원료를 개발한다면, 송영숙 기초 한방연구팀 팀장과 손남서 책임연구원은 이를 제품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1996년 LG생활건강 한방연구팀이 발족할 때부터 합류한 진 팀장은 그간 봐온 고서만 약 70여권에 달한다. 옛 궁중에서 왕과 왕비들은 피부건강을 위해 대체 무엇을 먹고 어떤 재료를 썼는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나라 '동의보감'부터 중국 원나라 명의가 편찬한 '세의득효방'까지 다 섭렵했다.
사실 '후'의 재료를 보면 중국인들이 사족을 못쓸 수 밖에 없다. '후'의 모든 제품에 기본성분으로 쓰이고 있는 '공진단'은 중국 원나라 명의였던 위역림이 황제에게 진상한 최고의 보약. 한방연구팀은 이 약재가 피부 노화, 트러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화장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 5대 미인에 꼽히는 조비연(중국 한나라 성황제의 부인)은 아름다운 향기를 온 천하에 퍼뜨리기 위해 7가지 향기 나는 약재를 사용한 오온칠향탕(五蘊七香湯)에서 목욕을 즐겼다고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방연구팀을 이 칠향을 성분으로 미백화장품 '공진향 설'을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고사(古事)를 특히 좋아한다. 고사를 과학화해 화장품을 만들었으니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더구나 중국업체들도 하지 않은 시도를 한국 화장품업체가 했다는 게 큰 의미"라고 말했다.
특히 대장금으로 한류주역이 된 이영애가 모델로 나서면서 '후'의 인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서에 나온 원료와 처방을 현대화하는 기술은 송 팀장과 손 연구원의 몫. 특히 한방화장품의 경우 영양감은 있지만 끈적임이 심한 게 단점으로 꼽혔는데 송 팀장은 "쉽게 붙였다 떼어지는 접착메모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접착메모지의 성분을 분석하고 화장품에 사용할 수 있는 유사한 기능의 성분을 찾아내 끈적임은 없으면서도 영양을 담은 비첩자생 에센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방연구팀은 앞으로 궁중 의학 처방에 현대적 기술을 접목시킨 한국만의 한방화장품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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