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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얼굴 마사지·오래 씹기가 뇌를 청소한다"…고규영 IBS 단장이 밝힌 치매 연구의 핵심

아시아경제 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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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가 주목한 뇌 림프 배출 경로…"수술보다 생활습관이 먼저"
얼굴 마사지, 음식을 오래 씹는 습관, 껌 씹기, 가벼운 운동,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는 시간….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은 "이런 일상적인 행동들이 모두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내는 '뇌 청소'를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를 늦추기 위해 고가의 치료제나 극단적 시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가장 기초적인 해결책은 생활 패턴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이 10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IBS 제공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이 10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IBS 제공


고 단장은 10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뇌는 온종일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쓰는 만큼 대사 노폐물도 많이 쌓인다"며 "이 찌꺼기들이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배수로가 바로 림프관"이라고 설명했다. 뇌 림프 배출 경로가 활성화될수록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등이 효과적으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그는 "숙면은 내부 청소, 낮 동안의 얼굴 근육 움직임과 신체활동은 외부 배출에 관여한다"며 "대화·사회활동도 얼굴·경부 근육을 움직이기 때문에 모두 뇌 배출을 돕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뇌 노폐물 배출, 생각보다 생활 습관이 더 중요

고 단장의 연구팀은 뇌 림프계 연구의 국제적 흐름을 바꾼 성과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잇따라 보고해왔다.

2019년 발표한 첫 논문 '중추신경계 림프관의 구조와 기능적 특징(Structural and functional features of central nervous system lymphatic vessels)'은 뇌척수액이 두개골 바닥과 코 뒤편(비인두)을 지나 목의 림프절로 흘러가는 정확한 배출 경로를 세계 최초로 지도처럼 제시했다.


이 발견은 "뇌에는 림프관이 없다"는 기존 정설을 뒤집으며 치매 연구의 패러다임을 흔들어 놓았고, 발표 직후 국제 학계에서는 "뇌 배수 시스템의 존재를 재정의한 연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연구팀은 2025년, '뇌 림프 배출의 기계적 자극이 노폐물 제거를 향상시킨다(Mechanical stimulation of meningeal lymphatic drainage improves brain waste clearance)'는 제목의 후속 논문을 다시 네이처에 게재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쥐 모델에서 턱·목 주변의 얕은 경부 림프관을 정밀한 기계장치로 부드럽게 눌러주자, 뇌척수액 배출 속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노령 개체에서도 떨어졌던 '뇌 배수 기능'이 다시 회복된 것이다. 약물이나 수술 없이도 외부 자극만으로 뇌 배출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언론과 학계의 반향이 컸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이 10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단장이 10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관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 강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고 단장은 "논문이 네이처에 실린 직후 미국과 유럽에서 회의·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대선 기간과 겹치면서 연구 성과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더 많은 연락을 받았던 연구"라고 당시의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약물이나 수술 없이도 얼굴·목 주변의 비침습적 자극만으로 뇌 림프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외과 수술은 1000건 넘어… 고 단장 "효과보다 후유증이 더 걱정"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외과적 수술로 뇌를 한 번에 청소할 수 없느냐" 질문이 나왔다. 고 단장은 이런 시도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1000건이 넘는 림프관-정맥 연결 수술이 이뤄졌고, 대만에서도 약 150건, 한국에서도 이미 3명 정도가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고 단장은 "일부 환자에게서 인지기능 개선이 보고되기도 했지만, 수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상이 장기적으로 다시 뇌로 되돌아와 후유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초기에는 좋아 보일 수 있으나 '한 방에 해결하는' 침습적 시술은 재현성과 장기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노폐물을 긁어내듯 제거한다는 발상은 실제 뇌 조직 손상, 재축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 방 해결 없다…안전한 생활 습관이 먼저"

고 단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과학이 말하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지속 가능한 것들"이라고 했다. "얼굴을 마사지하고,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고,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뇌 림프 배출을 돕는다"며 "부작용도 거의 없고, 누구나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방법들"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치매를 예방하거나 늦추기 위해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뇌 배수 기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학적 근거가 쌓여가는 만큼 향후 더 정밀한 자극 기기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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