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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통일교와의 전쟁' 선포…국힘=정교유착 프레임 노린다

중앙일보 오현석.윤성민.김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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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3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3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개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반(反)사회적 행위를 하면 제재가 있는데, 당연히 사단법인이든 재단법인이든 (종교 단체를 포함한) 법인격체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는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법상 사단법인·재단법인은 해산 사유가 있고 소관 부처에서 해산 명령을 하면 해산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냐”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일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다”며 법적 조치 검토를 지시한지 1주일 만에 해산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정 종교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선 “통일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해산 후) 재산은 정부에 귀속되는가” “주무 관청은 어디인가” 같은 구체적인 법적 절차까지 물었다. 조 처장이 “종교 단체가 조직적으로 굉장히 심한 정도의 위법 행위를 지속했을 때 해산이 가능하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그게 정당한지 아닌지는 소송하면 (법원이) 취소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와 윤석열 정부의 ‘정교유착’ 의혹은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수사에서 불거졌다. 특검팀은 한학자 총재를 포함한 통일교 간부들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2년 4~7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 쪼개기 후원하고, 2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3년 3월에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교인을 대거 입당시킨 것으로 본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교유착’ 의혹이 여권으로 옮겨붙던 시점에 나왔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5일 법원에서 “국민의힘 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여러 차례 어프로치(접촉)했다”고 말했고, 특검팀이 통일교 측이 더불어민주당의 두 의원에게 현금·시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사실도 최근에야 드러났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고도의 노림수로 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며 “민주당에도 통일교의 검은 손이 들어왔다면 파헤쳐야 한다.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정치인은 종교 단체와의 갈등을 피하지만, 이 대통령은 명분만 확실하면 정면 돌파한다”며 “신천지와의 싸움처럼 이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이던 2020년 2월 방역수칙 위반 논란을 빚던 신천지 총회본부(경기도 과천시 소재)에 직접 찾아가 신도 명단을 요구해 이목을 끌었었다.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당장은 통일교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흐름으로 만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섰던 일부 개신교와 국민의힘의 연결 고리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의혹을 덮기 위해 협박한다”고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에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자, ‘더 말하면 씨를 말리겠다’고 공개적으로 겁박한 것”이라며 “통일교가 해산되어야 한다면, 민주당도 해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우리 돈 준 거 불면 죽인다’는 공개 협박”이라며 “‘통일교 게이트’는 이미 열렸고, 이재명이 제 발 저려서 저럴수록 (의혹은) 커진다”고 했다.

다만 일본의 사례처럼 통일교에 대한 해산 절차에 실제 돌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종교법인법 제 81조에 따라 ‘법을 위반해 종교 단체가 공공 복지를 현저히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 법원이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는 민법으로 주무관청이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방식이라 행정 소송과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또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서 정상화하려면 약간의 갈등과 저항은 불가피하다”라며 “그것을 이겨내야 변화가 있다. 그게 저는 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이라는 원래의 뜻이 가죽을 벗긴다는 것, 아프다는 것”이라며 “저항이 없는, 갈등이 없는 변화는 변화가 아니다”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을 두고 법원과 야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개혁론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더중앙플러스-이슈 분석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이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뉴스 페어링’ 팟캐스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李, 단지 통일교 겨눈게 아니다…종교전쟁 뒤엔 ‘신천지 기억’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8610

오현석·윤성민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도쿄=김현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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