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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은 불치병 아냐… ‘완치 가능-재활 필요’ 이명으로 나뉠뿐

동아일보 홍은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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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극 없이 귀-머리에서 “삐∼”… 전체 80∼90%가 감각신경성 이명

달팽이관 등서 비정상적 전기 신호

뇌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 조절… 재활 훈련으로 30∼70% 환자 호전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환자들에게 이명 재훈련을 하고 있다. 이명 재훈련은 뇌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을 조절하고 이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습관화시켜 최종적으로 완치까지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제공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환자들에게 이명 재훈련을 하고 있다. 이명 재훈련은 뇌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을 조절하고 이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습관화시켜 최종적으로 완치까지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제공


‘삐∼’ ‘쉬∼’ ‘윙∼’ 당신의 귀에서 이유 없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조용한 밤에 유독 커지기도 하고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려 할 때 불쑥 나타나 신경을 긁는 ‘귓속 소리’ 이명(耳鳴). 많은 사람이 이명을 그저 소음이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우울, 불안, 불면증을 동반하며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명은 단순한 증상일까,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일까. 이명은 귀 자체의 문제에서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뇌의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으로 인해 소리가 없는데도 소리를 인식하는 복잡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이명 환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오해 속에서 불안감만 키워가기도 한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회장)는 “이명은 완치할 수 있다”며 “단지 약물이나 수술이 필요한 이명인지, 재활이 필요한 이명인지만 알면 된다”고 말했다.

이명,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이명은 외부 소리 자극 없이 내 귀, 머리 또는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증상을 통칭한다. 이 복잡한 증상은 발생 원리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전체 환자의 80∼90%를 차지하는 감각신경성 이명, 즉 자각적 이명이다. 이는 달팽이관(와우), 청신경과 뇌 신경회로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원인이다. 주로 ‘삐’ ‘윙’ ‘쉬’ ‘쏴’ 같은 소리를 느끼게 된다. 이 유형은 난청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완치가 어렵지만 이명 재훈련(Tinnitus retraining therapy·TRT)을 통해 증상 호전과 완치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는 귀 근처의 근육, 혈관, 이관 등 신체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타각적 이명(체성 소리)이다. 이명 원인에 따라 ‘두두둑’ ‘찌지직’ ‘욱욱’ ‘쉭쉭’ 소리나 자신의 맥박 소리, 숨소리 등을 호소한다. 타각적 이명의 경우 원인만 정확히 진단되면 약물 치료, 보톡스 치료, 수술 치료 등으로 빠르고 간단하게 완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동성 이명처럼 혈관의 이상(동정맥 기형)이나 근육의 경련 등 구조적인 원인이 확인된다면 원인 치료만으로 이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 증상이 있다면 우선 청력검사, 영상 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타각적 이명 여부를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하루 1분 미만 잠깐 들리는 이명은 임상적 의미가 없지만 우울, 불안, 불면증 등을 동반하며 지속되는 이명은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소리 적응’ 유도하는 이명 재훈련, 뇌의 잘못된 인식 고친다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지는 감각신경성 이명 환자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 바로 이명 재훈련 치료다. 1980년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이 치료법은 이명이 단순한 청각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망이 스스로 학습하고 변화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명 재훈련은 이명이 귀가 아닌 뇌의 청각중추, 이명에 대한 공포와 불안 같은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함께 관여해 생성하는 소리라는 과학적 기전에 근거한다. 청력 저하가 발생하면 뇌는 소리가 부족한 주파수 대역의 활성도를 비정상적으로 높여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명 재훈련은 뇌 신경회로의 과도한 흥분을 조절하고 이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습관화시켜 최종적으로 완치까지 유도하는 과학적인 치료법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첫째, 상담 치료다. 이명의 발생 원리, 무해성 등을 교육해 환자의 이명에 대한 공포, 불안, 불편감을 낮추고 감정계의 과도한 반응을 조절한다. 둘째, 소리 치료는 종일 음악 소리를 배경음으로 사용해 뇌가 이명 소리를 무시해도 되는 ‘의미 없는 배경 소리’로 인식하게끔 훈련한다. 난청이 동반된 경우에는 난청을 교정해 뇌의 청각 자극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박 교수는 “약물, 보톡스, 수술 등으로 빠르고 간단히 완치되는 이명이 있고 난청 등이 동반돼 보청기, 인공와우 등의 이식형 청각기기까지 착용해야 하는 이명도 있다”며 “누구나 완치될 때까지 전문의에게 치료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적절한 치료법으로 치료받을 때 80% 이상의 환자가 호전되고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30∼70%의 환자가 완치된다”며 “이명을 불치병으로 생각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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