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엉덩이·다리처럼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와 실제 병소가 다른 경우가 흔하다. 이는 통증이 인체 신경 구조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 ‘Nano Banana Pro’로 생성한 이미지. |
58세 김 모 씨는 오른쪽 종아리가 저리고 쥐가 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다리 문제로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통증은 점차 심해져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정밀 진단 결과 원인은 다리가 아니라 요추 추간공이 좁아지며 신경이 압박된 것이었다.
팔·엉덩이·다리처럼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와 실제 병소가 다른 경우는 흔하며 많은 환자가 혼란을 겪는다. 이는 인체 신경 구조와 관련된다. 중추신경은 뇌-척수에서 척추 내부를 따라 내려오고, 말초신경은 척추뼈 양옆의 추간공을 통해 전신으로 뻗는다. 경추신경은 두부·목·어깨·팔, 흉추 신경은 몸통과 상복부, 요추 신경은 허리·엉치·허벅지·종아리·발까지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한다. 천추 신경은 생식기·항문 주변과 하지 후측에 관여한다.
요추만 놓고 보면 증상 위치가 위쪽이면 상위 요추, 엉치·다리로 내려갈수록 하위 요추 마디에서 신경이 눌린 경우에 해당한다. 다리 저림·부기·차가움·쥐 등의 증상은 요추 아랫마디 신경과 특히 연관된다. 또한 아래쪽 요추는 체중과 하중이 집중돼 퇴행 변화가 빨리 진행되므로 허리 문제라도 엉치·고관절·허벅지·종아리 등 하지까지 통증이 이어지는 사례가 매우 많다.
따라서 치료 전에는 통증 부위만 보지 말고 그 부위를 관장하는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 마디를 정밀 검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추 추간공 협착이나 디스크 탈출에 따른 좌골신경통과 증상은 유사한데, 해당 좌골에 다른 원인이 있어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원인 병소를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근본 치료의 출발점이다.
해외 의료진에게 추간공확장술 치료 원리를 설명 중인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 서울 광혜병원 제공 |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허리·목 질환은 원인 파악이 정확해야 치료 성과가 높아진다”며 “이를 위해 건강검진센터, 척추통증센터, 스포츠의학센터, 면역통증센터를 하나로 운영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수술 치료인 추간공확장술부터 필요시 반강성고정술(수술)까지 척추 질환의 전 단계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요추 질환에서 주목받는 추간공확장술은 협착·유착으로 좁아진 신경 통로를 인대를 절제해 넓히고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배출하는 비수술적 치료다. 근육이나 뼈를 제거하지 않는 최소 침습 방식으로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 속도가 빠르다. 신경 압박 해소뿐 아니라 혈액순환·자율신경 기능 개선 효과가 있어 하지의 부기·저림·시림 완화에도 높은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부분 마취로 진행해 고령·당뇨병·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박 원장은 “중요한 것은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찾는 것”이라며 “척추는 전신 신경의 핵심 경로이므로 목 문제는 팔로, 허리 문제는 하지로 이어질 수 있다. 근본 치료 목표는 ‘가장 아픈 곳’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한 지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진 기자 haeh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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