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형 경제평론가 |
요즈음 IMF나 연준 등에서 나온 금융안정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두 가지 이슈가 부각된다. AI 거품론과 사모대출의 급성장이 그것. 이 두 이슈는 결국 글로벌 금융안정의 향방과 관련해 새로운 위기의 시나리오를 환기시킨다.
오늘날 AI 거품은 1990년대 말 대대적인 인터넷 관련 투자와 비즈니스모델로 각광받던 닷컴버블과 유사하다. 인터넷 혁명의 역사적 효용은 뚜렷하지만 과잉투자와 수익성 악화라는 후폭풍에 나스닥을 필두로 세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야 했다. IMF 전 수석부총재 기타 고피나트는 오늘날 닷컴버블 붕괴와 같은 주식시장 조정이 초래되면 세계적으로 35조달러의 부가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 문제는 AI 열풍이 서로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순환거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자 오픈AI는 오라클로부터 클라우드를 공급받겠다며 3000억달러 계약을 하고 이어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해 400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AI칩을 구매하기로 하는 등 말이다. 'AI 수요 폭증' 스토리는 이처럼 상호 매출과 지분 돌리기에 크게 의존한다. 어느 한쪽만 뒤틀려도 전체 판이 흔들리겠지만 그 복잡한 내막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순환거래가 은행 바깥의 신용팽창과 맞물리면서 그 위험성을 증폭시킨다. 그동안 자체 수익이나 주식발행 자금을 활용하던 AI 빅테크들이 점차 늘어나는 데이터센터나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복잡한 금융공학에 기반한 사모신용이나 구조화금융, 부외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으로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사모대출 관련 기업들의 파산과 관련해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왔다면 실제론 더 많을 것"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했고 영란은행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의 그림자금융과 유사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론 주식시장 요동만으로 대규모 금융위기가 터지지는 않는다. 또 오늘날 은행 시스템은 예전에 비해 대체로 두터운 자본 완충력을 확보하고 있고 사모대출은 즉시 인출될 수 있는 채무가 아니라서 뱅크런이나 펀드런의 위험도 크지 않다. 하지만 사모대출과 같은 그림자금융의 성장이 전통적 은행들이 놓친 대출 수요를 메우고 있을 따름인지, 아니면 순환매매와 맞물려 은행조차 감당하지 못할 위험을 떠안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아직은 전자의 가능성이 커 보이나 점차 후자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사실 닷컴버블 붕괴만 해도 주식시장 급락에도 실물경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반면에 그림자금융의 복잡하고 파괴적인 위력과 맞물렸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대적인 신용경색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AI 거품과 사모대출 논란은 '미래 기술의 꿈'과 '과거 금융위기의 기억'이 겹쳐진 풍경이다. AI든 사모대출이든 결국 위기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나 상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와 불투명한 순환구조라는 사실을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웠다. 그 교훈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장보형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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