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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만에…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마이크 껐다

중앙일보 하준호.양수민.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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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자 여야 의원들이 단상으로 나와 언쟁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자 여야 의원들이 단상으로 나와 언쟁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충돌로 인해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9일 벌어졌다.

여야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본회의에서 62건의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법제도 개편안, 필리버스터 중지법 등 쟁점 법안 8건의 연내 처리 계획을 철회하라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요구를 거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예정보다 2시간 늦게 개의한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네 번째 안건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자마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첫 토론자인 나경원 의원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예를 표하지 않자 “인사 안 하느냐”며 신경전이 시작됐다. 발언 전 의장에 대한 인사는 국회 관례다. 우 의장의 채근에도 나 의원이 무시하고 토론을 시작하자, 우 의장은 “인격의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양측의 신경전은 우 의장이 “의제에서 벗어난 발언”이라며 나 의원의 토론을 중단시키면서 재점화했다. 우 의장의 경고 속에 나 의원이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비판을 이어가자, 우 의장은 “의도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한다”며 발언대 마이크를 껐다. 비교적 발언의 범위가 자유로운 필리버스터 중 의장이 토론자의 발언을 강제로 중지한 건 매우 이례적으로 1964년 4월 20일 당시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5시간19분) 중 마이크를 끈 이후 61년 만이다.

이후 여야는 발언대 주변에 모여 삿대질 하며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을 향해 “제2의 추미애”라며 “우미애”를 연호했고, 민주당은 “쇼츠 분량 다 땄으니 내려오라”고 응수했다.

약 17분간 중단됐던 나 의원의 토론은 의제 내 발언을 약속한 뒤 재개됐지만, 우 의장은 13분 만에 다시 마이크를 껐다. 그러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나 의원 옷깃에 무선 마이크를 달아줬고, 나 의원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유튜버”라고 외쳤다.


나 의원의 마이크는 60분 뒤 켜졌지만 우 의장은 유감 표명을 요구했고 “너무 창피하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필리버스터 시작 1시간50분 만의 파행이었다.

본회의는 정회 2시간10분 뒤인 오후 8시32분 속개했고, 나 의원은 오후 8시52분 필리버스터를 재개했지만 1시간 만에 또 중단됐다. “국회를 일부러 파행시키려는 것이냐”(우 의장), “파당적으로 하지 말라”(나 의원) 등 설전 끝에 우 의장이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국회법을 지키라”며 35분간 마이크를 껐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 횡행하는 곳이 대한민국 국회”라고 항의했다.

하준호·양수민·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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