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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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대리, ‘대북 메시지 조율’ 이례적인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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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안보라인 소통 통해 한목소리 내야
최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또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대북 제재는 유지·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사대리가 대북 제재 관련 주무 부처가 아닌 통일부 장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정 장관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 협상 재개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 조정, 9·19 군사합의 복원과 함께 제재 무용론 등 대북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바이든 정부 당시 이뤄진 (한·미) 군사훈련 증가와 9·19 군사합의 파기는 극복 대상” “제재와 대북 강압 정책 속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사대리가 직접 정 장관을 만나 미국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대리가 면담에서 대북 협상력 제고를 위해 한·미 간 ‘긴밀히 조율된 메시지’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정 장관에 대한 속도 조절 주문으로 읽힌다.
지난달 한미의원연맹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기조 연설하는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 연합뉴스. |
미국은 지난달 트럼프 2기 들어 첫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김 대사대리가 밝힌 대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대북 제재는 여전히 유용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피스 메이커’, 한국은 ‘페이스 메이커’라며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 한·미 공조를 강조해 온 정부 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당초 미국이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 차원의 공동 제재 발표를 희망했으나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결국 미국이 독자 제재를 발표하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이후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가 일부 약화한 측면이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대북 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맞교환하려던 2019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제재 해제를 위한 비핵화 협상은 ‘절대 불가’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국제 정세의 변화로 대북 제재의 효용이 일시 약화할 순 있지만, 대북 제재는 여전히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되자 한·미·일 등 11개국이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미 간 엇박자다. 김 대사대리는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해 한국 외교·안보 라인과의 만남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정 장관도 돌출 발언을 자제하고, 이 과정에 참여해 향후 한·미 간에 조율된 대북 메시지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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