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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조요토미’는 괜찮고 ‘현지 누구’는 안 되나

조선일보 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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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저질 모욕한 의원
‘중국 모욕 처벌법’ 공동 발의
대통령 측근 검찰 공소장엔
“성남 선거 때 ‘특정 종교’ 지원”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변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 사이로 한 군소 정당이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현수막을 걸어놨다.

경기 수원시의 한 도로변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현수막 사이로 한 군소 정당이 이재명 대통령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현수막을 걸어놨다.


모독이나 모욕은 언행으로 상대를 욕되게 한다는 뜻이다. 최근 국감에서 여권 성향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앞에서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힌 팻말과 함께 저질 합성사진을 들고 나왔다. 모욕을 넘어 인격을 짓밟는 언행이다. 그런데 해당 의원은 ‘혐중 시위’를 예로 들며 특정 국가와 국민을 모욕하면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민주당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조요토미’는 괜찮고 ‘짱X’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정 퇴정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며 “법관에 대한 모독은 사법 질서와 헌정에 대한 부정행위”라고 했다.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도 강조했다. 그런데 얼마 뒤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향해 “뻔뻔하다”고 했다. 모욕적 발언이다. 내란 재판부 등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리는 위헌 법률을 밀어붙이는 것도 민주당과 대통령실이다. 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은 모욕과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한다. ’삼권분립’을 말한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입법 권력이 사법 권력보다 위에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법관 모독에 전부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대통령은 일부 정당 현수막이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이라며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지시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혐오·비방이 담긴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처리했다. 특정 국가나 인물을 겨냥한 도 넘은 비난은 규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저질 현수막’ 난립은 민주당이 만든 것이다. 2022년 옥외 광고물 규제 대상에서 정당 현수막을 빼는 법안을 주도한 것이 민주당 의원들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 당시 일본의 원전 처리수 방류를 두고 “국민은 방사능 밥상”, 징용 협상에 대해선 “이완용 부활” 같은 현수막으로 반일 몰이를 했다.

요즘 정당 현수막에는 “김현지가 대체 누구길래” “대장동 항소 포기, 7400억 증발” 등이 적혀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불편해할 문구다. 현수막에 ‘김현지’나 ‘대장동’이 들어가면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제한법’으로 못 걸게 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하면 ‘표현의 자유’이고 남이 하면 ‘혐오·비방 표현’이 되는 건가.

대통령은 ‘정교 분리’ 원칙을 언급하며 “위반하면 헌법과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9일에는 “종교 단체가 정치 개입과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 하는 거 해산 방안”을 지시했다. 통일교가 국민의힘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특검 수사를 바탕으로 통일교 해산과 재산 귀속까지 거론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고른 ‘김건희 특검’은 통일교 전 간부가 국힘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정치자금을 댔다’는 진술을 했지만 민주당은 수사하지 않았다. 구체적 이름과 액수까지 떠도는데 ‘김 여사와 관련이 없어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동안 온갖 별건 수사를 한 것은 뭔가. 같은 돈인데 국힘이 받으면 ‘정교 분리’ 위배이고 민주당이 받으면 괜찮나.

대통령 측근인 정진상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는 특정 종교가 등장한다.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때 ‘부당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대장동 일당은 법정에서 “이재명 시장 재선을 위해 투표를 해준다는 조건으로 일부 자금을 ‘특정 종교’에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수사 자체를 ‘조작’이라고 하지만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정교분리’ 위배 아닌가.


정치에서 내로남불이 한두 번이 아니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도 겸연쩍어하는 모습은 살짝 내비치곤 했다. 요즘은 그런 것도 없다. 요지경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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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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