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9 °
동아일보 언론사 이미지

세운지구 개발과 녹지축은 강북 도심 활성화의 시작[기고/김지엽]

동아일보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원문보기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서울이 일본 도쿄 등과 경쟁하며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려면 역사도심의 매력인 ‘서울다움’을 지키면서도 ‘도심다운’ 기능과 밀도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을 “자연과 과거,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도시”라고 평가한다. 내사산에 둘러싸인 천혜의 입지 위에 경복궁, 종묘, 사직단을 배치하고 이를 광화문로와 종로로 연결한 조선시대 도시 원형은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종로는 한성의 공간질서를 잡아주는 핵심 번화가였다. 따라서 종로의 기능 회복이 역사도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강북의 활력을 되살리는 길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세운상가 일대다.

그렇다면 종묘 경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 정문에서 삼도를 따라 마주하는 ㄷ자 정전과 월대는 수림과 하늘을 담아내는 엄숙한 ‘비움의 공간’의 정수다. 따라서 그 뒤편으로 건물이 보인다면 종묘의 핵심 공간이 훼손된다. 정전 북측은 북악산∼창덕궁∼창경궁으로 이어지는 녹지가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북동측 서울대병원 일대는 더욱 엄격한 높이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정전을 등지고 도심을 바라보는 방향의 경관은 성격이 다르다. 신성한 영역을 떠나 세속의 도심으로 나오는 시선이며, 애초 종묘는 종로변에 계획됐다. 21세기 서울 도심이 갖춰야 할 기능과 밀도를 고려하면, 도심 방향으로 보이는 건물이 곧바로 종묘의 역사성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광화문 일대에 근정전보다 높은 건물이 존재한다고 해서 경복궁의 본질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역사 보전과 도심 개발은 충분히 병존할 수 있다.

세운지구의 녹지축은 한성의 계획 원리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하려는 시도다. 조선시대 이 일대는 평범한 주거지였으나, 일제강점기의 소개공지, 6·25전쟁 이후의 도시 재편을 거쳐 김수근 선생이 북악산∼종묘∼남산을 보행으로 연결하려는 의도로 세운상가군을 설계했다. 그러나 2층 덱 보행 체계는 성공적이라 보기 어렵고, 오히려 동서 단절을 초래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1970, 80년대부터 세운상가군 철거와 녹지축 조성 논의가 이어져온 것이다.

북악산∼종묘와 남산이 녹지로 연결된다면 역사도심은 청계천과 세운 녹지공원이라는 두 개의 녹지축을 갖추게 된다. 청계천도 복원 당시 ‘인공어항’이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지금은 도심 생태공간이자 주변 활력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세운 녹지축 역시 역사도심의 질을 높이고 종로 활성화를 촉진할 잠재력이 크다.


다만 역사도심의 경관 관리는 더욱 정교해야 한다. 도심 기능 확보를 위해 높일 곳은 높이되, 내사산에 둘러싸인 도시 경관의 정체성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서울시 경관계획의 주요 조망 대상과 조망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높이 완화 인센티브가 활용되는 개방형 녹지는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특수해(特殊解)’가 돼야 한다. 특히 문화유산 주변에서는 개방형 녹지보다 조화로운 높이 관리가 더 큰 공공성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도심 개발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해야 할 경관과 조정 가능한 영역을 구분해 균형 있고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 이것이 서울다움과 도심다움 모두를 만족시키며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 가는 방향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서현진 이준혁 사과
    서현진 이준혁 사과
  2. 2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3. 3정관장 소노 경기
    정관장 소노 경기
  4. 4지브리 전시 연기
    지브리 전시 연기
  5. 5산란계 농장 고병원성 AI
    산란계 농장 고병원성 AI

동아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