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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대학 너마저, 일본인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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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주의에 편승한 정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유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일본의 명문 국립대인 도호쿠대학 총장의 말이다. 다양성이 풍부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현재 2%에 불과한 학부 유학생 비율을 2025년까지 20%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유학생 수업료 인상이다. 왜 하필 지금?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 1일 도호쿠대학은 2027학년도부터 학부와 석사과정에 입학하는 유학생의 수업료를 현재의 약 53만엔에서 90만엔으로 1.7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을 교육 환경 개선에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하필 왜 유학생만이 대상일까?

그 근거로 삼는 것이 해외의 일부 대학이 적용하고 있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유학생은 어학 교육과 생활 지원 등이 필요하므로 내국인 학생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해외 대학도 유학생에게 더 많은 수업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립대학 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어 대학이 교육 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왜 유학생만이 그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일까?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면 유학생의 수업료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학과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수업료 체제를 정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학과에 차등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공평한 수익자 부담 원칙이 아닐까?

유학생의 수업료를 인상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말에도 설득력이 없다. 도호쿠대학의 전체 유학생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한 국립대학 교수는 유학생의 수업료 인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은 대학 전체 예산의 0.3%에 불과하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유학생 수업료 인상이 이어진다면 일본이 유학처로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유학생 비율은 2%로 한국보다 낮다. 비교적 저렴한 수업료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일본 대학의 매력이다. 이마저도 없어진다면 과연 일본의 대학이 유학생에게 선택받을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유학생의 수업료를 인상하려는 것일까? “일본인 퍼스트”를 외치는 정당이 약진하고 정부는 외국인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 외국인 규제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일본인과 외국인을 구별하려는 움직임이 일상화되고 있다. 체류 비자 수수료 5배 인상, 차세대 우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생활비 지원에서 유학생 제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도호쿠대학의 유학생 수업료 인상도 마찬가지다. 발표 직후, 인터넷 공간에는 “유학생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등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배타주의적 언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외국인 차별”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유학생 수업료 인상은 재정 확보를 위한 매력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국인의 수업료 인상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대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환경이야말로 최상의 연구 환경이 아닐까? 유학생의 수업료 인상이 배타주의에 편승한 대학 정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박진환 일본 방송PD

박진환 일본 방송PD

박진환 일본 방송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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