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사태 관련, 소비자 피해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3370만건의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공정거래위 조사도 개시됐고, 고객 이탈 폭과 여론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 모든 건 소비자·노동자를 우롱·홀대하고, 최소한의 기업 윤리를 망각한 쿠팡이 자초한 일이다.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법인 SJKP는 지난 8일 뉴욕사무소에서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를 상대로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소송에 참여한 200여명이 미국 소송에도 참여하고, 소송인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국내에선 법무법인·법률사무소들이 모집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인단 피해자만 20만명을 웃돌고, 하루하루 증가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국회의 대응도 속도가 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제재를 통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강제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법제처에 지시했다. 공정위를 통한 제재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미 쿠팡의 미로처럼 복잡한 탈퇴 절차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쿠팡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국회 과방위는 오는 17일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쿠팡은 여전히 피해 방지책이나 보상안 마련은 뒷전이고, ‘배짱 영업’ 중이다. 쿠팡 사태에 대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정보 ‘유출’을 ‘노출’로 표현한 첫 번째 사과문을 이틀 만에야 내리더니, 이를 정정한 두 번째 사과문마저 링크 제목엔 광고성 문구가 표기됐다. “경찰청이 2차 피해 의심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는 쿠팡 측 해명도 사실이 아니었다. 소비자들이 이를 용인하겠는가. 지난 6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최대치였던 지난 1일 1798만명보다 204만명(11.4%)가량 줄었다.
정보 유출 사고 후 쿠팡의 대응은 몰염치하고 비상식적이다. 소비자 피해나 사태 수습은 안중에 없다는 걸 드러낸 꼴이다. 쿠팡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외면한 채 노동자들을 쥐어짜내며 과로·위험에 내몰고, 정·관계 대관 업무를 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렸다. 노동자·협력기업·대관 로비를 방패 삼아 국내에서 시장지배자로서의 지위를 강화시키는 데만 골몰했을 뿐이다.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쿠팡의 적폐 바로잡기는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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