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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의료 부양비 26년 만에 폐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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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9일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의료급여 제도개선 사항과 예산안 등을 보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는 9일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의료급여 제도개선 사항과 예산안 등을 보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를 내년 1월부터 없애기로 했다. 생활이 어려운데도, 실제 지원받지 않는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비를 받는 것으로 간주돼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9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의료급여 제도개선 사항을 이같이 보고했다. 26년 만에 부양비 폐지로 빈곤층의 최저생활 보장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근본적으론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에게 의료비를 거의 전액 보조해주는 제도다. 그 속에서 부양비 제도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을 ‘간주 부양비’로 계산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양하지 않았어도 받을 것 같은 돈을 소득으로 추정하는 희한한 셈법인데, 이번에 불합리한 현실을 다소간 고친 격이다.

부양비를 폐지해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 있는 한 의료 사각지대 해소엔 한계가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부모·자녀에게 일정 소득·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됐다. 저소득층일수록 가족이 해체된 경우가 많은데도,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탈락시키는 것은 가혹하다. 부양 능력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데다, 연락이 끊긴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신청을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기준 자체가 1인 가구 비중만 40%에 육박하고 전통적인 가족관이 무너진 사회와 동떨어진 셈이다.

역대 정부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 기준을 폐지하지 못한 데는 재정 부담 요인이 크다. 수급자 확대에 따른 진료 남용 우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돈이 없어 치료를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의료급여 수급자는 국민의 약 3%인데,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이 14.9%(2023년 기준)인 걸 감안하면 수급 범위가 얼마나 좁은지 알 수 있다. 부양비 폐지만으론 약 5000명만 새로 수급권을 얻을 뿐이라고 한다. 정부가 갈 길이 멀다.

이미 주요 복지급여 가운데 교육(2015년)·주거(2018년) 부문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의료급여와 생계급여에만 이 ‘문턱’이 남아 있다. 국정과제로 삼은 대로, 이재명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속도를 내고 취약계층에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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