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낙수(류승룡). JTBC 제공 |
정년 연장은 청년과 중장년의 세대 갈등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얼핏 그런 것 같지만 객관적 지표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복수 여론조사에서 2030의 정년 연장 찬성 비율은 70%를 웃돈다. 구체적으로는 30대가 40대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20대는 30대보다 부정적인 편이다. 한국갤럽이 11월 둘째 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50대(찬성 69%, 반대 26%)가 18~29세(찬성 71%, 반대 21%)보다 정년 연장에 부정적이다.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의견이 엇갈림을 알 수 있다.
청년층에서도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부양 부담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0년까지만 해도 생산가능인구 10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8년 5명이 1명을 부양하게 되었다. 2040년엔 1.7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한다. 모두가 더 오래 일하고 개개인들의 생산성도 끌어올려야 지금의 사회 구조가 겨우 유지된다. 청년들도 이 문제를 심각히 여기는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고 본다.
법적 정년을 65세로 상향하는 데 있어서 먼저 고민해야 할 건 세대 갈등이 아닌 계층 간 불평등이다. 사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대기업·공공기관 등 형편이 나은 일자리의 정규직, 즉 '김 부장'들에게나 적용될 이야기다. 열악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정년은 언감생심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의 95.1%가 정년제를 시행 중인 걸로 나타났다. 100인 미만 사업체는 22.5%에 그쳤다. 제조 현장이나 일부 서비스 직군에서는 정년 자체가 무의미하다. 젊은 층이 기피하는 이들 일자리는 법적 정년을 훌쩍 넘은 중·노년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중소기업 '이 과장'이나 비정규직 '미생'들에게 정년 연장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이다. 정작 노후 소득이 절실한 쪽은 이들인데도 말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정년을 연장해도 기존 임금체계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근속 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정년 언저리에 있는 직원의 임금은 신입사원보다 훨씬 높다. 임금구조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년 연장은 청년 신규 고용 위축과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표현은 대기업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곤 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양보해야 할 부분이 없을까. 이미 지난해 100대 기업 중 55곳의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은 상황이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소수 일자리에만 돌아간다면 대중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시장 하단에 있는 이들에게도 온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