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뤄진 실황 조사 당시 밀수범 A가 B에게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 사진 인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 |
‘세관 마약밀수 연루 및 외압 의혹’을 수사한 검·경 합동수사단이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동부지검 ‘인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은 9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마약 밀수 연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를 받는 세관 직원 8명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마약 밀수를 도운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 7명이 백 경정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대통령실의 개입과 관련자들의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해당 수사는 백해룡 경정의 의혹 제기로 시작됐다. 백 경정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밀수범이 세관 직원과 공모해 필로폰 약 24㎏을 밀수했다고 폭로했다.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4번 또는 5번 검색대를 통과했다’는 밀수범의 경찰 진술 등이 근거였다. 이후 백 경정은 국회 청문회까지 출석하는 등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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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경찰, 밀수범 허위진술 믿고 수사 착수”
서울동부지검 '인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백해룡 경정이 지휘한 마약 사건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최초 일자가 사건 브리핑이 이뤄진 2023년 10월 10일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합동수사단 |
그러나 합수단 조사 과정에서 모든 밀수범은 “사실은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합수단은 2023년 9월 경찰의 인천공항 실황 조사 영상도 제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밀수범 A가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그게 중요해”,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 “넌 여기(4번 검색대) 아니면 여기(5번 검색대)에 서 있던 거야. 알겠지?”라며 동료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합수단에 따르면 실황 조사에 참여한 밀수범 A와 B 중 B는 중국어를 할 줄 몰랐다. 그런데 경찰은 밀수범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어 통역 1명만 대동했고, 밀수범 A에게 말레이시아어 통역을 시켰다고 한다. 그러자 밀수범 A는 B에게 경찰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시켰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당시 경찰은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밀수범 A가 2024년 3월 B에게 편지를 보내 허위 진술을 자백한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세관 관련해서 이미 기억 안 난다고 말을 했는데 경찰관이 이미 진술한 내용이 있어서 진술을 바꿀 수 없다고 해서 세관 직원들이 연루돼 있다고 진술했다”고 적었다. A가 편지를 보낸 시점은 백 경정이 세관 연루 의혹을 폭로하고 2차 수사를 이어가던 때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4·5번 세관 검색대 통과’ 진술도 경찰의 제지로 밀수범이 진술을 바꾼 정황이 있다고 합수단은 설명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A는 최초에 ‘농림축산부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지만,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이 ‘여긴 동식물 검역소라 의미가 없다’라며 제지하자 4·5번 세관 검색대를 임의로 특정하는 식으로 진술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밀수가 이뤄진) 2023년 1월 27일은 농림축산부 일제 검역이 있어 모든 탑승객이 동식물 검역대를 통과했으므로 A의 최초 진술은 객관적 사실 관계에 부합하나, 경찰 수사에는 불리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밀수범들은 합수단 조사에서 “경찰에서 계속 지목하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세관 직원들이 우리 일행을 인솔하는 등 도움을 준 사실이 없다”고 말하는 등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08.20. |
합수단은 수사 외압 의혹도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백 경정이 제기한 대통령실 관여 여부 확인을 위해 피의자 주거지·사무실, 경찰청·서울경찰청·인천세관 등 30개소를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 자체가 없었다”는 것.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백 경정이 지휘한 마약 사건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최초 일자는 브리핑이 이뤄진 2023년 10월 10일로 확인됐다.
합수단은 경찰 지휘부의 브리핑 연기와 보도자료 수정 및 사건 이첩 지시도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밀수범 진술을 근거로 세관을 압수수색할 예정이었는데, 그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는 행위는 경찰 공보규칙 위반일 뿐 아니라 수사 기밀 유출 우려도 있어 지휘부의 지시는 합당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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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세관 가담 증거 차고 넘겨, 6곳 압수수색 영장 신청”
합수단은 “수사 장기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나 추측성 보도로 사건 관계인들의 명예훼손 등 피해가 증폭돼 수사가 종결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결과를 먼저 발표하게 됐다”며 “검찰의 사건 무마·은폐 의혹, 김건희 일가의 마약밀수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백 경정은 “사건 기록은 지문과 같아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며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가 차고 넘쳐 검찰 사건 기록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반발했다. 백 경정은 현재 관세청·검찰청 등 6개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라고도 밝혔다.
이영근·오소영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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