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위기는 올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권 교체 직후 내란 특검 정국이 이어지면서 2025년의 캘린더는 유례없이 촘촘했다. 정치·사회적 격랑 속에서도 산업 현장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관세 전면전, 대형 보안 사고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한국 산업 지형은 이전과 전혀 다른 판으로 재배치되는 한 해를 보냈다. 계엄 사태 이후 정책 기조 전환 속에 디지털데일리는 각 분야 결산을 바탕으로 2025년 한국 산업의 흐름을 종합 정리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올해는 국내 게임산업이 '중독'이라는 오랜 낙인을 벗고 미래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되는 전환점을 맞았다. 대통령이 게임을 K-콘텐츠산업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면서 정책적 위상이 달라졌고, 주요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도 주목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작 흥행이 이어지며 K-게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게임 중독물질 아니다"…질병코드 논란의 상징적 전환점
올해 게임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이다. 산업 규모는 매년 확대됐지만 그동안 '중독'이라는 낙인 속에서 규제 중심의 틀로 다뤄져 왔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이후 국내에서는 민관협의체가 질병관리체계(KCD) 반영 여부를 검토해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KCD 개정안 초안 공개를 앞둔 올해 10월까지도 국내 게임이 질병코드에 등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올해는 국내 게임산업이 '중독'이라는 오랜 낙인을 벗고 미래 전략 산업으로 재정의되는 전환점을 맞았다. 대통령이 게임을 K-콘텐츠산업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면서 정책적 위상이 달라졌고, 주요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도 주목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작 흥행이 이어지며 K-게임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게임 중독물질 아니다"…질병코드 논란의 상징적 전환점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이후 국내에서는 민관협의체가 질병관리체계(KCD) 반영 여부를 검토해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KCD 개정안 초안 공개를 앞둔 올해 10월까지도 국내 게임이 질병코드에 등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10월 주요 게임사 대표들과의 'K-게임 간담회'에서 "게임은 중독물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수년간 이어져 온 질병코드 논란에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환영했다.
이후 국정감사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코드 등재를 사회적 합의 이후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고,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남기며 이번 KCD 개정안과는 별도로 다뤄지게 됐다.
다만 정책 의지가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자들의 오랜 요구였던 게임물 등급분류 민간 이양과 업계 숙원으로 꼽혀 온 세제 지원 확대 등을 담은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음에도 제도적 뒷받침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의 상징적 전환이 실질적 변화로 연결될지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게임업계, AI로 미래 먹거리 찾는다…국가대표 선정·대규모 투자 잇따라
엔씨AI는 지난 8월 게임사 중 유일하게 독립형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과 함께 국가대표 AI 5개사에 선정됐다. 자체 개발 대규모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음성, 3D 데이터를 처리하는 멀티모달 기술을 선보이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크래프톤도 AI 전환에 본격 나섰다. 이 회사는 SK텔레콤이 주도하는 국가대표 AI 컨소시엄에도 참여해 차세대 멀티모달 모델 개발을 맡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AI 퍼스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GPU 클러스터 구축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AI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간다.
또한 넷마블은 올해 초 생성형 AI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AI&테크랩을 신설하기도 했으며, 넥슨도 연구 조직 인텔리전스랩스 내 AI R&D(연구개발)실에서 활발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펄어비스, 위메이드, 시프트업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앞다퉈 AI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게임 AI 시장이 지난해 58억5000만달러(약 8조6083억원)에서 연평균 20.54% 성장하며 오는 2034년에는 378억9000만달러(55조755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국내 게임업계의 AI를 활용한 미래 먹거리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콘솔 글로벌 영향력 확대…늘어난 해외 게임쇼 출품
넥슨이 지난 10월31일 출시한 PvPvE(PvP와 PvE가 결합된 형태) 익스트랙션(탈출) 게임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2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한 데 이어 글로벌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의 '최고의 멀티플레이 게임'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3월 선보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특유의 액션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네오위즈의 'P의거짓' DLC(확장 다운로드 콘텐츠) 'P의거짓: 서곡'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최고 인기 게임 부문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나아가 글로벌 게임 시상식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2025'에서 '최고의 게임 확장팩'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시프트업은 '스텔라 블레이드'의 PC 버전을 선보여 3일 만에 100만장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크래프톤도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로 출시 1주일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내년에도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이어질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인기 IP '호라이즌'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신작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를 빠르면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넷마블도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4인 협동 액션 게임 '이블베인'을 준비 중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정책 전환과 AI 확산이 맞물리며 산업 환경이 크게 달라진 해였다"며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도 국산 게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내년에는 정부의 지원이 구체화돼 업계의 애로사항이 해소된다면 변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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