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020년초, 전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COVID-19) 사태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산업 서비스 혁신을 한 단계 이상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박했던 당시, 우리 나라의 뛰어난 디지털뱅킹 서비스에 의한 비대면의 생활화는 사실 코로나 극복의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안그래도 당시 ‘슈퍼앱’을 기반으로 플랫폼금융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KB, 신한, 하나 등 대형 금융그룹들은 ‘비대면’ 디지털뱅킹서비스의 수준을 더욱 가속화했다.
그 뿐만 아니다.
‘비대면 뱅킹’ 중심으로의 전환은 시중은행들의 내부 조직 개편에도 불을 당겼다. 디지털뱅킹 전략이 주류로 부상하고 ‘시장 대응의 신속성’(Time to Market)의 매우 중시되다보니 그때까지 후선 지원 조직에 머물렀던 디지털 IT조직이 현업 부서로 속속 전진 배치된다.
이른바 IT조직과 현업 조직이 물리적 협업을 통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위한 ‘조직의 애자일(Agile)화’가 분출됐다.
그리고 국내 금융권에서 이같은 IT조직의 애자일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 IT조직을 현업으로 전진 배치… "신속한 시장 대응"
2021년, KB금융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당시 IT그룹을 ‘테크그룹’으로 재편하고 산하에 테크인프라본부, 테크기술본부, 테크서비스본부, 데이터플랫폼본부 등을 둠으로써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기위한 폭넓은 IT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국민은행은 테크 그룹을 출범시키면서 기존 CIO조직의 역할을 IT기술 인프라와 AI, 클라우드 등 혁신기술을 총괄하는 그룹'으로 재정의했다. 기존의 IT본부가 수행하던 IT개발업무외에 기술적으로 은행의 변화를 이끌고 리드하는 역할까지 맡긴 것이다. 즉, IT부서가 더 이상 후선 지원부서가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물론 국민은행의 경우처럼 IT조직을 현업 조직과 결합하는 물리적인 변화만으로 성과를 낼 수도, 또 시대의 변화를 단기간에 모두 담아낼 수는 없다.
이는 차세대시스템(NGBS)등 막대한 자본과 몇년에 걸친 IT인프라의 혁신이 동반돼야할 문제이기때문이다. 긴 시간과의 싸움, 그것도 일관성있는 전략과의 싸움이다.
KB금융 뿐만 아니라 여러 금융사들이 이같은 ‘종합 금융 플랫폼’ 전략을 뒷받침하기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금융그룹은 2024년 1월부터 ‘IT거버넌스’ 혁신이란 이름으로 출범 20년만에 대규모의 IT조직 개편을 실행에 옮겼다.
우리은행·카드의 IT부문을 그룹내 IT계열사인 우리FIS로부터 아웃소싱 방식으로 운영해왔던 IT개발및 운영업무를 직접 운영방식으로 전환했다.
우리FIS로부터 우리은행·카드로 전직한 인원이 무려 700명이 넘는다. 이는 임종룡 회장이 2023년 3월 취임한 이후 핵심 과제로 추진해왔던 사업중 하나다.
◆우리금융, IT거버넌스 혁신… 지난 20년간의 IT전략 '철저한 실패' 인정한 셈, 그리고 새출발
우리금융은 이같은 IT거버넌스 혁신은 결과적으로 지난 20년간 누적돼왔던 엄청난 비효율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바꿔말하면 IMF 당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 그리고 이후 한빛은행의 출범, 또 평화은행 등을 흡수하면서 우리금융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IT를 전략없이 물리적으로만 통합했던 IT전략의 실패가 20년만에 교정된 것이다.
우리금융이 IT거버넌스 혁신의 필요성이 나온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다.
지난 2018년 2월, 당시 우리은행은 3000억원 가까이 투입된 차세대시스템 가동 직전에 이 하자가 발견되면서 오픈 계획을 전면 중단시켰다. 우여곡절끝에 6개월여 뒤에는 정상 오픈됐지만 또 다시 며칠간 심각한 장애가 이어지면서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야기시켰다.
이는 IT조직이 우리은행내에 있지 않고 그룹내 IT계열사에 있다보니 자연히 ‘갑’(우리은행)과 ‘을’의 문제가 발생했고 여기에 적절한 건강한 상호견제보다는 수직적 불통이 이뤄지다보니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IT프로젝트가 실패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IT거버넌스' 혁신을 실행에 옮긴이후 나타난 효과는 긍정적이다. 기대했던 IT개발 비용의 중복 제거, IT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의 단축, '뉴 우리WON뱅킹'과 같은 핵심 프로젝트를 일정내 완료했다.
우리금융은 앞서 IT거버넌스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개발 프로세스 단계를 줄이고 개발 기간도 최대 50%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7단계에서 이뤄지던 IT개발 및 유지보수가 3~5단계로 크게 단축되고 길게는 30일이 걸리던 개발기간이 2주 이내로 최대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실제로 이 기대가 어느 정도 충족됐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물론 모두가 우리금융의 IT거버넌스 혁신과 같은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IT 조직의 개편을 손쉽게 봤다가 오히려 더 큰 내부 후유증만 남기는 사례도 적지않다.
IT조직 개편은 속성상 IT조직 뿐만 아니라 현업 조직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민감하고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IT조직 개편 시도… 노조 반발로 백지화 후유증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IT노조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 결국 백지화된 농협은행의 IT조직 혁신안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당초 내년 1월1일자로 IT조직을 포함한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었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농협은행의 개편안은 중앙본부 사업부서 63곳 중 절반 이상(32곳)의 업무가 변경되며 16개 부서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예정이었다. 특히 IT조직의 절반가량을 농협카드·디지털부문·신설 AI데이터부문 등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알려져 내부 충격이 적지 않았다.
이에 노조측은 "협의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반발했다.
디지털 전환과 조직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강 행장의 계획이 위기에 몰렸다.
마침 농협중앙회의 대규모 조직 및 인사혁신안까지 맞물려있는 어수선한 시점에서 대규모 IT조직 개편안으로 농협 노조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IT조직 혁신안은 백지화됐다.
강 행장의 IT조직 개편과 관련해 내부에서도 찬반으로 갈리면서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농협 IT조직 출신의 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는 아쉽지만 강 행장이 실행에 옮기려고 했던 농협 IT조직 개편의 생각과 방향은 원칙적으로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T조직을 슬림화하면서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편해 나가고 있는 타 은행들의 사례를 본다면 농협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이석용 행장을 비롯해 전임 행장들도 IT조직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고 했던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한편으론 “IT조직 개편에 대한 취지와 방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조직내 공감대가 없는 물리적 변화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점을 강 행장이 간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 의왕의 ‘농협 IT통합’ 조직은 시중 은행의 일반적인 IT조직과는 태생적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훨씬 신중했어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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