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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교육에는 좌·우가 없다

이데일리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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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3년째 농어촌 학교를 취재하고 있다. 대부분 인구 감소 지역임에도 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곳들이다.

충남 천안의 성남초는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인 1책 만들기’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한글을 완전히 해득하지 못한 저학년 학생 모두가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학년 초에 선생님과 주제를 정한 뒤 1년간 그림책을 만든다. 정규수업 외에 틈틈이 책을 만들어야 하니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의 진도를 확인해야 하지만 교육적 효과는 크다. 한글을 배워가면서 책을 만들다 보니 써넣을 글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한글을 배우게 된다. 책에 담을 이야기도 직접 창작해야 하니 창의성에 자신감까지 쌓이게 된다.

강원도 춘천의 전인고는 2018년부터 ‘소스쿨학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급을 △문학 △사회 △경제 △공학 △자연과학 △건축 △음악미디어 등 적성·진로에 따라 편성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입학 후 관심에 따라 학급을 선택한 뒤 각자의 진로를 구체화한다. 학급에 소속돼 있다가 적성에 맞지 않거나 진로를 바꾸려면 언제든 학급 자체를 교체할 수 있다. 전인고는 이러한 학급 운영이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2023년 85명에서 올해 108명으로 늘었다.

시골 학교의 존폐는 사실상 교사들이 좌우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구 소멸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학교들을 방문해 보면 학생 개개인에게 정성을 쏟는 교사들이 그렇지 않은 교사들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충북 괴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교사는 “매 학기 교육활동 계획서를 수립할 때면 아이들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된다”며 “이런 수업은 누구에게 도움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면 힘든 것보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요즘 교육계 논쟁을 살펴보면 진영 논리를 우선 고려하는 경향을 보게 된다. 정작 ‘학생’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느 진영에서 나온 정책인가를 먼저 따지는 것이다.

얼마 전 열린 한 교육계 토론회에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두고 “진보 교육감이 아니라 보수 교육감에 가깝다”란 평가가 나왔다. 국정감사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의원들께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답변하고, 인공지능교과서에 대해서도 “학교가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안 그래도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제도다. 더욱이 이를 폐지하거나 바꾸려면 현행 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기에 ‘의원 결정’을 언급한 것이지 진영 논리에 따라 답변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교과서에 대한 답변도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격한 변화를 가하면 부작용이나 후폭풍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고, 혹은 보수 교육감이 당선됐다고 정책의 변동성을 키우면 학생들은 사는 지역에 따라 편차 큰 교육을 받게 된다. 이는 지역 간 교육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교육계만이라도 좌와 우가 아닌, ‘학생’을 최우선 가치에 놓고 정책별로 접점을 찾아가려고 노력해야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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